인천 중학생 축구잔치 미들스타리그 4년째
중학생 축구잔치인 미들스타리그에 인천이 열광하고 있다. 인송중과 효성중 선수들이 양교 학생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 8강전 첫 게임에서 치열한 볼 다툼을 하고 있다. [사진=최승식 기자]
'끊어진 축구화 끈을 묶으며/너희 무슨 다짐을 하였더냐/닳아진 신발 밑창의 흙을 털면서/너희 무엇을 기억하였더냐…'.
요즘 인천의 중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는 아마추어 미들스타리그 응원가다. 인천의 중학생들은 맨땅 운동장에서 흙먼지 날리며 학교의 명예를 걸고 축구를 하며 커 가고 있다. 축구 붐을 일으키기 위해 시작한 아마추어 중학생 선수들의 축구잔치가 4회째를 맞으면서 학생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렇지. 더 파고들어. 슛 골인, 골~인."
초가을 햇살이 내리쬐던 17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의 인송중 교정. 유니폼을 갖춰 입었지만 움직임이나 기술이 서투른 인송중과 효성중 학생들이 맨땅 운동장에서 축구 시합에 열중이다.
팽팽한 접전이 거듭되다 인송중 팀이 첫 골을 터뜨리자 응원석에서는 "꺄악"하는 여학생들의 괴성이 터져 나왔다. 이에 질세라 효성중 응원단은 북.꽹과리까지 동원해 "파이팅 효성"이라 외치며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2004년 이래 매년 열리는 '미들스타리그' 현장이다.
미들스타리그가 4회째를 맞으면서 인천의 중학생과 학부모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이 리그는 해가 갈수록 학생.학교.학부형들의 호응이 커져 '그들만의 리그'에서 이제는 인천의 자랑거리로 자리 잡았다. 컴퓨터 게임과 같은 중독성 오락에 빠지기 쉬운 중학생들이 축구를 하면서 심신을 단련한다는 게 입소문을 타면서 인천의 대표적인 축제가 됐다.
◆"아이들이 달라졌어요"=미들스타리그는 철저히 아마추어리즘을 지향한다. 인천시 축구협회에 선수로 등록되지 않은 학생만 참가할 수 있다. 경기나 연습도 수업이 끝난 뒤 학교 운동장에서 한다. 연습시간도 학생들이 학원.과외수업을 따져 주 2~3일, 하루 1~2시간 자율적으로 정한다.
어린 축구 매니어들끼리 팀을 짜고 지도교사를 초빙해 출전을 준비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돕는 능력을 기른다.
16강전에서 팔을 다쳐 이날은 친구들 뒷바라지만 했던 김태훈(효성중 3년)군은 "축구가 재미있어 나중에 국제축구연맹(FIFA) 같은 데서 활약하고 싶어 외국어고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효성-인송중 경기에 참가한 학생 중에는 태훈이처럼 특목고를 준비하는 학생만도 6명에 달했다.
효성팀의 김동혁(31) 지도교사는 "말썽쟁이들도 더러 있지만 '너 자꾸 그러면 축구 못한다'고 겁주면 금방 달라진다"고 말했다. J중의 임모(15)군은 담배를 피우고 학교도 자주 빼먹는 문제학생이었다. 임군이 올해 미들스타리그에 참가하고 싶어하자 지도교사는 담배를 끊는 조건으로 축구를 할 수 있게 허락했다. 이제 임군은 담배도 끊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보통 학생으로 복귀했다. 올해 출전한 C중의 이모(15)군은 결석을 밥 먹 듯하는 학생이었으나 축구팀에 합류하면서 학교를 꼬박꼬박 나오는 학생으로 바뀌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대견"=부모들은 처음에는 공부에 방해가 될 것 같아 반대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열정과 교육 효과를 깨닫고 적극 밀어주고 있다.
이날 인송팀 골키퍼인 아들 김형석군을 응원 나온 송희숙(39.인천시 연수구 옥련동)씨는 "아들이 축구를 열심히 하는 것처럼 공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할 때는 대견했다"고 말했다. 한 학부형은 "부평구의 어느 달동네에서는 '동네 말썽꾼들이 미들스타리그에 나간 이후부터는 동네가 조용해졌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안종복 인천유나이티드FC 사장은 "청소년기의 스포츠 활동은 훌륭한 리더십을 쌓을 수 있는 기회"라며 "다른 지역에도 미들스타리그 같은 스포츠 교육이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들스타리그=프로축구팀인 인천유나이티드FC가 2004년에 마케팅의 하나로 시작했다. 첫해는 40개 중학교 팀이 참가했지만 올해는 섬 학교를 뺀 64개 팀이 참가했다. 인천FC가 후원하지만 물질적 보상은 없다. 우승하면 겨울방학 때 3박4일간의 일본 축구연수 기회를 주는 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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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시간 맞춰 스케줄 조정 … 스스로 문제 해결 대견"
'열혈 서포터 아빠' 한상휘씨
"지고 있어도 기죽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어린 선수들이 기특해 응원에 빠질 수가 없었어요."
한상휘(43.사진(左))씨는 4개월째 이어지는 인천 미들스타리그를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학부모 중 한 사람이다. 아들 승훈이 (14.사진(右)) 는 2학년(인천중)이지만 팀의 레프트 윙을 맡고 있다.
인천중 팀의 주말 훈련이 있을 때면 한씨는 다른 학부모들과 어울려 흥겨운 가족축제 같은 응원잔치를 벌인다.
-반대는 하지 않았나.
"부모 마음이 다 같겠지만 처음엔 '(공부를 등한히하고) 매일 공만 차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오히려 격려하게 됐다."
-미들스타리그가 아들의 성장과 교육에 끼친 영향이라면.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본다. 포지션 배정이나 전략 선택도 그렇고 각자의 학원 시간을 고려해 연습 스케줄을 스스로 짜는 것을 보고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축구를 한 뒤 오히려 성적이 올랐다는 학부모들도 여럿 만났다. 경기에 패한 뒤에도 자기들끼리 서로 배려해 주는 마음 씀씀이를 보면서 흐뭇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지난주 효성중에 3대0으로 패해 8강 진출이 좌절됐을 때 땀에 젖은 몸을 부둥켜 안고 내년 리그를 기약할 때는 코끝이 찡했다. 아마 내년 리그에는 학부모들이 더 열심히 뛸 것 같다."
인천=정기환 기자 , 사진=최승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