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장문의 후기를 썼으나, 작성완료버튼을 누른다는 것이 그만 취소하기버튼을 눌러 글을 다 날리고, 이제서야 다시 올리게 되었습니다. ㅡㅜ
아침에는 목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으나, 지금은 괜찮네요^^
아래에 경기리뷰가 이미 있는데다, 어제 N석에 있어서 경기를 자세히 보지 못한 관계로, 느낌 위주의 글이 될 듯 합니다.
0. 어제 경기의 의미
많은 분들이 경기 전, 언급했듯이....
이 경기는 인천에겐 너무나도 좋은 기회였습니다. 물론 양날의 날처럼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할 경우, 역효과가 날 수도 있었습니다. 작년 전기리그 때, 약 1만5천 이상을 유지하던 관중은 숭의구장, 보조구장을 전전하며, 약 5천명 수준으로 떨어졌고, 2005년 컵대회 때도, 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6경기 무승에 무득점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팀의 분위기는 창단 이래 가장 좋지 않았던 듯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박주영이란 스타와의 홈 경기는 큰 기회였습니다.
그가 뛴 경기는 기본적으로 2만명 이상의 관중이 들어왔었고, 당연히 문학도 2만명 정도의 관중을 예측할 수 있었죠. 이런 관중 앞에서 또 다시 실망스런 경기를 펼칠 경우, 인천은 그 추락에 가속을 붙일 것이 분명했습니다. 반면 매력적인 경기를 선보일 경우, 2만명의 관중들을 문학으로 끌어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인천에는 약 2만3천명의 관중이 들어왔고, 인천은 창단 이래 최고의 경기중 하나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멋진 경기를 선보이며, 그들에게 인천의 매력을 맘껏 발산합니다. 물론 6경기 무득점이라는 기록이 무색하게 3골이나 뽑아내며, 라돈치치라는 스타를 탄생시킵니다.
어제 경기에서 힘없이 무너져버렸다면 어찌했을까 생각해보면 정말 아찔합니다.
어쨌거나.....
1. 포워드
어제 경기는 셀미르와 라돈치치 두 선수를 최전방에 배치합니다.
셀미르 선수는 어제 처음 봤습니다만... 보면서 느낀 것은 역시 브라질 선수다..란 겁니다.
유연한 몸놀림.. 경쾌한 볼 처리.. 강인한 볼 키핑력 그리고 빠른 움직임......(보진 못했지만, 성격도 좋다고 하더군요^^) 어제 전반, 경기가 비교적 쉽게 풀린 이유는 셀미르 선수의 첫골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골을 뽑고, 바로 실려나가서 걱정입니다.
이 선수는 몇년전 수원의 고데로 3총사의 산드로 선수를 연상시키더군요... 전방을 휘저어줄 수 있는 그런 느낌의 선수... 기대가 큽니다.
그리고 어제의 최고 수훈갑은 역시 라돈이겠죠?^^
라돈치치 선수는 항상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그와 함께 좌절도 안겨주더군요... 그러면서도 기대는 놓지 못하게 하는 선수가 바로 그 였습니다.
큰키에 어울리지 않는 빠른 몸놀림... 녹록치 않은 발재간.. 강력한 킥.. 게다가 인천 선수들에겐 조금 부족한 골 욕심까지.... 그렇지만 작년 그의 플레이는 뭔가 어설펐고, 팀과는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어제는 완연히 다르더군요.. 이제 K-리그에 적응을 시작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아직 그가 완전히 적응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는 이제 시작을 했고, 계속 발전할 것입니다.
셀미르 선수와 라돈치치 선수의 움직임은 꽤나 좋았습니다. 두 선수 모두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서울의 진영을 휘저어주었고, 이는 서울의 중원이 흐트러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인천의 3명의 중앙 미들진이 중원을 장악합니다.
2. 미드필더
기존 인천의 문제점은 골 결정력 부족과 중원 장악력이었죠..
이 두 가지는 별개의 것이 아닙니다. 원인은 중원 장악이었죠. 그리고 우린 어제 해답을 얻어냈습니다.
아가치 선수는 뛰어난 볼 센스를 갖고 있는 선수라 여겨집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시야와 간결한 볼 터치입니다. 즉, 한번의 볼 터치로 수비를 허물 수 있는 선수라 여겨집니다. 그렇지만 그의 수비력은 다소 약하다 보여지며, 따라서 인천은 그의 수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수비형 미들을 필요로 했습니다. 어제 미들에서 이 역할을 한 선수가 노종건 선수였습니다. 넓은 활동반경과 끈기 있는 움직임은 인천이 중원을 장악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어제 3명의 인천 미들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상대를 압박했고, 그 결과 상대의 키 플레이어인 히칼도를 무력화시켰죠. 물론 셋트 플레이로 첫골을 내준후,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었는데, 이 부분은 추후 신경을 써야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중원 장악을 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원인은 바로 포워드 들의 움직임이었다 생각합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라돈과 셀미르 선수 모두 스피드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선수였고, 이 두 선수의 움직임에 상대 수비들이 흔들리면서 서울의 미들까지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포워드 진영과 미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중원을 장악할 수 있는 키가 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경기라 보여집니다.
3. 디펜더
어제 경기의 최고 스타는 누가 뭐래도 박주영이었습니다. (적어도 언론에서 보는....)
경기장을 찾은 많은 분들이 박주영을 보기 위해 오신 것도 사실일겁니다.
역시 잘하더군요....
대인 마크가 매우 뛰어난데다 스피드를 갖고 있는 국내 몇 안되는 수비수중의 하나인 이정수 선수가 집중 마크를 하는데도 가끔 볼을 갖고, 툭툭 치는 드리블은 그의 팬들에겐 기대를, 인천 팬들에겐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하더군요... 볼에 대한 센스가 무척 뛰어나단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K-리그의 빠른 템포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우리 국대에 귀중한 자원이 될거란 생각에 비록 상대팀이지만, 흐뭇했습니다.
물론 그보다 더 흐뭇했던 것은 역시 이정수 였습니다.
몇 안되는 빠른 수비수... 비록 박주영이 한골을 넣긴 했지만, 어제 경기는 이정수의 승리라 보여집니다.
어제 우리의 수비진은 비교적 안정적이었습니다. 비록 2골이나 주긴 했지만, 후반 갑작스레 한골을 주며, 집중력이 떨어졌던 부분을 제외하면 괜찮았다고 보여집니다. 다만 인천의 중앙 수비를 보고있는 주장 임중용 선수는 보다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어제 후반처럼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상황에서 그의 역할이 중요한데, 약간 부족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이요한 선수는 인천의 박주영입니다. 기대가 정말 많이 되는군요^^
4. 종합
경기는 3대2로 끝났습니다.
인천은 6경기 무득점, 무승의 수렁에서 벗어났고, 2점을 주긴 했지만, 인천은 중원을 장악하면서 경기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끌어갔습니다.
특히 후반 39분 라돈의 골은 축구의 묘미를 맘껏 느끼게 해주는 백미였습니다.
전반 2골을 앞서가며, 조금은 쉬운 경기일 거라 예상했었는데, 오히려 이런 아찔한 경기가 더 재미는 있을까요?^^
어제의 멤버에 공격의 방승환, 이근호 그리고 마니치....
수비에는 이상헌.... 등이 포함되면 보다 강력한 인천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미들이 약간 가볍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는데, 이것은 2002년 우리 국대처럼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어제 경기에서 인천은 정말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첫째는 선수들과 코칭 스텝들의 어깨를 짓누르던 부담감을 떨쳤다는 겁니다. 후반 초반 한골을 주면서 흔들리기 시작한 선수들을 보면서 승리에 대한 부담이 얼마나 큰지 짐작이 되더군요... 이제부터 선수들은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뛸 수 있을겁니다.
둘째는 라돈치치 선수입니다. 이 선수에게 그동안 필요했던 것은 자신감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그는 필요한 것을 얻었을 겁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발전 뿐일겁니다.
세째는 관중입니다. 어제 인천은 2만 3천명의 팬을 얻었습니다. 어제 인천의 경기를 본 그들은 분명히 다시 문학을 찾을겁니다. 그들이 한명씩만 더 데려와도 문학을 거의 꽉 차게됩니다. 인천으로선 그들에게 온 기회를 선수를 스스로 잡아냈습니다.
어제 후반 끝나기 직전 2-3분간 문학에 울려퍼지던 "인천"의 함성을 기억하십니까?
아마도 2002년 포루투갈전 이후, 이렇게 문학이 흔들렸던건 처음이 아닐까 싶더군요....
온몸의 세포가 살아움직이는 듯한 전율을 느낀건 비단 저 만은 아닌 듯 싶었습니다.
그 기분을 느껴본 사람은 다시 찾지 않곤 못 배길거라고 확신합니다. ^^
마지막으로 인천은 가능성을 얻었습니다. 골을 넣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관중으로 문학이 꽉 찰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천"의 함성으로 문학이 흔들릴 수 있는 가능성을.....
그리고 가슴에 별을 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물론 어제 경기의 모든 면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제 시작인 것을.......
이제 그들에게 아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걱정과 염려가 아니라 박수와 함성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