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인유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영화가 준비 중이고, 제목이 '비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 "저 '비상'은 '비상(飛上)'이 아니라 혹시 '비상(非常)'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포스터에도 카피가 있던데요. '그들에게 더 이상 선수교체는 없다!(왜냐면, 더 이상 교체할 선수가 없으니까!)' 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후후.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다..그저 이렇게만 말하고 마는 것은, 스포츠에 대해 참으로 미안한 발언이 아닐까 합니다. 스포츠 자체에는 승자의 기쁨과 환호, 그리고 패자의 눈물과 회한이 있지만 그걸 지켜보는 팬에게는 경기 시간 내내 그보다 더한 희노애락과 만감이 교차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비상'은, 거기서 더 나아갑니다. 이름값만 놓고 보자면 참으로 '보잘 것 없는' 인유의 선수들이 왜 이렇게 가슴을 때리는지, 이렇게 훌륭한 다큐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끝까지 다 보고 나면 알 수 있습니다.
김학철 선수의 어린 딸(딸이 참 예쁘네요. 엄마 많이 닮았더구만요)이 '아빠가 보고 싶다'며 펑펑 우는 장면을 많이 이야기하시는데, 물론 그 장면에서도 뭉클했지만 아직 저는 총각인지라..유부남들의 감회는 남달랐을 겁니다. 나레이션의 오만석씨도 문제의 '눈물' 동영상을 보니 저 장면에서 눈물을 훔치더군요. 어쩔 수 없이 유부남이라..
개인적으로, 그 장면보다 오히려 사무국장님이었던가요? 부산과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옛날 이야기를 하시면서 울먹울먹..하는 장면에서 저도 찔끔 했습니다. 선수들 이야기야 익히 알던 건데, 사실 스탭 분들도 그럴줄은 몰랐거든요. 되새겨보면 인유와 (옛날)부산이 참 이렇게 저렇게 인연이 많군요.
느낀 점 하나: 안종복 단장님, 사진만 봤을 때는 되게 후덕하고 인심 좋은 아저씨 같을줄 알았는데 의외로 괄괄~하시군요?! 하긴 그만한 카리스마 없었으면 이 복마전 같은 바닥에서 지내시기 힘드시겠죠.
느낀 점 둘: 노종건 선수인지 방승환 선수인지..? 노종건 선수로 기억하는데, 인터뷰 중 "기량이 좀 떨어지는 선수들도 함께 추스려서 간다. 전 팀에서는 그러지 않았다"는 뉘앙스의 말을 듣고, 축구계의 오랜 속설 중 하나인 '스타 선수 출신은 훌륭한 감독이 되지 못한다'는 게 120% 확실한 사실임을 알았습니다. 평생 스포트라이트 속에서만 산 스타가 뒤쳐진 선수의 눈물을 과연 알 수 있을까요.
느낀 점 셋: 인유 선수들의 끈끈한 조직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았습니다. 이전에 어떤 팀인지 어떤 선수인지 인터뷰 중에서 '감독님' 혹은 그냥 '감독' 이렇게 말하는 걸 봤는데, 인유 선수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감독선생님'이라고 호칭을 하더군요. 역시 외룡님의 포스!
지난 주 주말에 약속이 있어서 '비상'을 보질 못했는데, 내심 지난 주로 간판을 내릴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은근히 많은 분들이 찾아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군요. '중천'이니 '007'이니 뭐니 돈 수억씩 쳐들인 영화 전혀 볼 생각 안 하고 '비상'을 볼 생각을 한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덧붙임: 인천 CGV 1관, 12월 22일 오후 9:15분 프로 보면서 D열 좌측에 앉았던 몇 명 아저씨들, 각성 좀 하세요. 극장이 안방입니까? 큰 소리로 어쩌구 저쩌구 떠드는 것도 모자라 핸드폰 통화에 자리도 왔다갔다.. 극장에서 저런 꼴 보면 꼭꼭 한마디씩 하는 성격인데(싸운 적도 있습니다) 인유 팬이겠거니 생각해서 그냥 꾹 참았거든요? 다음부터 그렇게 몰상식한 행동 하려면 극장에도, 문학에도 오지 마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