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인기가 유례없이 달아오르고 있지만 정작 케이리그의 관중수는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축구에 무관심했던 예전만큼의
관중도 들지 않고, 몇몇 스타에 의존한 반짝 마케팅 마저도 시간이
갈수록 주춤해지는 느낌이다.
이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국내 축구인기는 거품인기다. 아직 한국은
야구나라 아닌가 하는 자조에 빠진다. 일리있는 말이긴 하다. 자국리그
가 침체인데 축구인기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에 있어 축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특이한 점이 있다.
현재 축구팬들 중 상당수가 월드컵을 통해 축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럽축구의 최고수준의 감독인 히딩크가
지휘하는 한국팀이 또한 세계축구의 중심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과
맞부딪히는 그야말로 축구중의 축구를 보며 축구에 매료된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정말 솔직히 말해서 이런 사람들에게 케이리그는 충격 그 자체라고 밖엔
할말이 없다. 느린 패스, 거친반칙, 부정확한 컨트롤, 아니면말고식의
롱패스, 단순하고 건조한 공격패턴... 이것이 우리가 알고있는 축구라는
운동이 맞는가 할 정도로 너무나 생소한 모습을 가진 스포츠이다.
백년이 넘는 유럽축구와 비교하는 무리라든가, 경기장에 오지도 않으면서
비판만 늘어놓지 말라는 둥, 당신관심은 필요없으니 월드컵이나 계속보시지
하는 식의 딴지를 굳이 반박하고픈 생각은 없다. 케이리그가 어떤 모습
이라도 계속사랑하겠다는 것은 좋은 마음가짐일지 모르지만 생활이 바쁘고
좋은 즐길거리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조금 지나친 요구라는 점만
지적해 두자.
아시아축구인들은 케이리그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한국축구는
강하고 좋은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곤한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복잡한 질문이 아니다. 최소한 한국축구는 지금도
강하고 케이리그는 역시 강한리그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케이리그의 문제점은 사실 몇가지 단순하고 지엽적일수도 있는 문제들에
대한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1. 심판의 판정
케이리그 심판들의 수준은 대단히 높다. 정확하고 신속하며 매우 공정하다.
오심에 대한 팬과 선수들 언론들의 대처는 대단히 가혹하고, 유럽에 비해
심판의 권위는 형편없을 지경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훌륭한 심판진의
능력에 비해 케이리그의 흥미를 절대적으로 감소시키고, 세계축구와
한국축구를 구분짓고 다른 종류의 축구로 만드는 판정관행이 있다.
먼저, 고의적인 반칙은 반드시 경고를 주어야 한다. 물론 역습상황에서
대부분 전술적 파울이 있을 수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볼을 경합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인 상황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넘어뜨리거나
반칙자체를 목적으로 달려들었을 때 경고를 주어야 한다. 축구는
싸움이 아니라 게임이다. 승패를 목적으로 비신사적인 행동을 한다면
누구라도 축구를 폭력에 가까운 것으로 인식할 것이다.
그리고, 득점가능상황에서의 반칙이다. 최종수비수가 뚫렸을 때라든가
골키퍼와 맞설수 있는 상황에서의 반칙은 반드시 경고혹은 퇴장을
선언해야한다. 이것을 파울로 처리할 경우 수비수는 위험한 상황에서
반드시 파울을 하게끔 훈련을 받을 것이다. 일대일의 위기상황보다는
프리킥이 낫기 때문이다. 이것은 공격수에게 돌파를 할만한 필요성을
못느끼게 만들고 수비수들은 정교한 수비기술을 익히기 보다는 단순히
파울을 하는 것으로 만족하게 만들 것이다.
세째로 수비수가 볼을 향해태클했을 경우 휘쓸을 불어서는 안된다.
의외로 한국에서 태클은 그다지 흔하지 않다. 다리를 걸거나 안고
넘어지는 경우가 많고 순수한 의미의 기술적인 태클은 보기가 힘들다.
태클의 경우 상대선수가 넘어지더라도 수비수가 볼을 먼저 걷어 내었을
경우 반드시 휘쓸을 불어서는 안된다. 케이리그 심판들은 두선수가
가까이 있고 한선수가 넘어졌을 경우 예외없이 휘쓸을 부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된다면 수비수들은 볼터치를 먼저하거나 말거나 파울을 된다.
이렇다면 굳이 타이밍을 노려 볼을 걷어내기 보다는 간단하게
반칙을 하는 편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또한, 볼을 경합함에 있어 어깨가 누가 앞섰는가에 대한 판정도 매우
세밀해야한다. 사실 어느 지점에서는 판단하기 힘든 경우도 많지만
인상이나 느낌으로 판정하기 보다는 볼을 누가 건드렸는가 어깨에서
누가 앞섰는가 하는 확고한 원칙을 갖고 해야만 공격수와 수비수가
거기에 맞는 기술적인 대비를 할수가 있다. 같이 넘어지되 그에 대한
판정이 경우에 따라 다르다면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는 경합상황에
대한 분명한 대책을 세우기가 힘들 것이다.
2. 수비전술의 문제
케이리그의 수비지향적인 경기운영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수도없이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치에서 이문제를 확실히 해결하기
힘든 이유는 공격수들의 능력이 수비수들에 비해 월등한 한국축구의
토양에 가장큰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의 수비수인 최진철 역시
대학시절 까지도 최전방 공격수로 뛰었다는 것으로 알수 있듯,
체력기술속도에서 앞서는 선수들은 반드시 공격수로 내보내고
나머지 자원들만을 수비수로 돌리는 경향이 많다.
수비수들이 공격수들에 대처하는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코칭스태프는
아무래도 수비수와 공격수가 볼을 다투는 상황 자체를 피하려하기
마련이다. 기술과 체력 속도에서 떨어지는 수비수들은 항상 공격수보다는
조금 더 골대에 가깝게 위치하기 위해 계속해서 후퇴를 할 수밖에 없다.
또한 볼을 잡았을 때도 볼을 지킬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전방으로
패스하게 되고 미들필더들은 정확성이 떨어지는 롱 패스를 따라
또다시 전방으로 열심히 뛰어가야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전적으로 토양의 문제로만 돌리기에는 석연찮은
부분들이 많다. 용병들의 영입이 얼마전까지만 해도 공격수에만 집중
되었다.
사실 현대축구의 핵심은 공수간격이라고 할 수있다. 공수간격은
수비진들이 라인을 유지하면서 미들필드 진영으로 치고 올라올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만한다. 이래야만 공격시와 수비시 공히 수적
우위를 유지하면서 상대를 압박하는 동시에 공격수들이 고립되지
않고 공간을 지속적으로 창출해 낼수있다.
하프라인 근처까지 최종수비라인이 끌어올려 졌을때, 수비수들은
상대 미들필더들과 공격수들에 비해 일단은 스피드가 빠르거나
대등해야한다. 또한 볼키핑력과 테크닉 역시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에
비해 확연히 떨어져서는 안된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하더라도, 수비수들은
성급하게 공격수를 따라붙기 보다 존디펜스를 펼치면서 패스루트를
차단하고 공격수들이 공간으로 돌아서지 못하게 지역을 고립시켜
나가는 방식의 수비를 해야한다.
케이리그의 수비수들은 공격수들이 볼을 잡자 마자 빠르게 공격수
쪽으로 돌진해서 볼을 다투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경합해서
볼을 다투거나 뚫렸을 경우 반칙으로 공격을 저지할 수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케이리그의 모든 팀들이 극단적인 수비대형을
유지하다 보니, 공격수들 역시 수적 부족과 공간의 고립에 시달리고
있고, 사실 공격수 한두명만 압박할 경우 그다지 큰 위험상황을
초래하지는 않게 된다는 것이다.
공간을 파악하고 패스 루트를 차단하며 공격수를 고립된 지역으로
몰아가는 방식의 수비를 펼칠수 있다면 수비수들은 얼마든치 치고 올라
올수 있는데, 수비수들의 능력과 효과적인 수비방식에 서툰 케이리그
감독들은 언제나 수비수들을 후퇴시키는 것으로 만족한다.
수비수들은 골대앞을 떠나기 두려워 하며 수비수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공격수들이 오프라인 상태에 있어도 불안해한다.
대부분 70년대에 대표팀 생활을 한 것으로 프로팀 감독에 필요한
모든 경력을 쌓았다고 생각하는 케이리그 감독들은 현대적인 수비전술에
취약하다는 것을 빨리 인정하고 보다 선진적인 수비방식을 조련할수
있는 코칭 스태프를 보강하거나, 좀더 검증되고 수준높은 전술개념을
가진 코칭스태프를 구성해야만 한다.
대표팀주전=프로팀감독 이라는 이상한 신분제가 계속되는 한, 이런
전술적 발전은 요원하고 수비수의 후퇴와 미들의 실종, 공격수의 고립과
돌파후 백태클이라는 케이리그의 심각한 암세포는 결코 제거될 수
없을 것이다.
3. 리그 업다운제와 팬들의 태도
리그 업다운 제가 실시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 역시 케이리그가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홍보를 위해 많은 적자를 감수하는
기업들이 자기팀의 2부리그 추락을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업다운제를 실시하려면 사실상 팀을 소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손을 뗄수도 있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자기팀의 2부리그 추락은 홍보효과 감소를 넘어 해당기업의 이미지
실추라는 나쁜 결과를 가져 오기 때문이다. 이를 감수하고도 업다운제를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지 모른다. 현재 시민구단형태의
구단운영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어디까지나 수익이 나는 케이리그, 재정적으로
독립된 케이리그를 만드는 것이다. 케이리그의 흥행을 위해서 낙후되고
원시적인 수비방식을 바꾸고 공격지향적이고 속도감있는 경기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아무도 의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모든 것이 초래된 근본 원인이 어디 있을 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케이리그 팬들이 참여하고 실천해야할 일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수 있다. 근본적으로 팀들이 팬들을 위해 뛴다기 보다는 기업과 구단주를
위해 뛰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사실 수비진들이 후퇴해 골대앞에 진을 치면 제아무리 날고기는 강팀이라도
뚫기가 쉽지않다. 간간히 이런 극단적인 수비전술을 펼치는 팀들이 유럽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승패만을 위해 경기를 치르는 팀은
반드시 팬들이 외면하고 비판받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대부분의 케이리그 팬들은 합리적이고 성숙한 서포터들이지만 간혹
케이리그에 대한 비판에 지나치게 폐쇄적인 태도를 취하며 리그를 옹호
하는 것만이 팬들의 몫인 것 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간혹 만나게 된다.
그러나 이 사랑의 결과가 리그 흥행부진과 리그의 질적하락을 초래할
수도 있다면 이는 결코 올바른 써포팅이라고 하기는 힘들 것이다.
팬들은 구단의 수족이라기 보다는 팀의 주인이 되어 구단관계자들이
꼼짝 못하게끔 비판의 칼날을 세워야 한다. 그들이 옹호해야할 것은
그 팀과 그 팀의 자부심이지 구단관계자들의 미숙한 의사결정방식이나
축구행정은 아니지 않은가.
팬들은 70년대 대표팀경력이 있어야만 프로팀 감독이 될 수있는
이 요상망칙한 신분제부터 타파해야하한다. 오로지 구단주가 이름을
알고 있느냐 모르느냐 만으로 감독이 되거나 못되는 이런 슬픈
현실은 팬들의 아우성이 없으면 바꿀 수가 없다. 또한 수비지향적인
전술을 고집하는 감독들을 압박하고 견딜 수없게 만들어 퇴진시켜야
한다.
물론 이런 여러가지 행동을 함에 있어 올바른 기준을 세우고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팬들의
열정적인 감시와 압력 역시 리그팬들의 팀을 사랑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구단과 팬들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팬들을 외면하고 승패에만 집착하며 승부를 위해 가장 부정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축구라고 할수없다. 케이리그가 이런 심각한
지경에 있다고는 결단코 생각하지 않지만, 팬들의 사랑과 진취적인
노력보다는 단순히 패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할수 밖에 없게 만드는
토양이 케이리그에 분명히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이제 케이리그에 큰 전환점이 필요하며 선수와 스태프.팬과구단 모두 이런 위기의식과 인식을 공유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