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고 문학에서 축구의 진면목을 봤다는 기쁨에 잠시 넋이 나간 상태이다.
잘 짜여진 대하드라마도 이 같은 흥분과 묘미를 보여주지 못하리라.
문학경기장의 모인 관중의 출발점은 속이 쓰렸지만 오로지 인천유나이티드를 위한 준비에 불과했다.
인유가 창단한 이래 이렇게 많은골을 기록한적이 없었고 완벽한 승리를 거둔적도 없었다.
지난번 언론은 박주영을 독수리로 인천을 햇병아리로 치부하며 농락을 했었는데
결국 경기는 제 위치를 찾아주는 내용을 보이며 반전에 성공했다.
그동안 한맺힘을 한꺼번에 살풀이 하듯 날려버린 경기속으로 잠깐 들어가본다.
1 기대 혹은 두려움
기타의 박주영 때문에 기대와 두려움을 함께 가지고 조심스레 경기장으로 일찍 출발했다.
기대는 두 말할 필요없이 박주영바람을 등에 업고 많은 관중을 기대한 것이고
두려움은 그 많은 관중 앞에서 우리 인유의 쓰라린 패배와 엄청난 실망을 고스란히 보여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주변 공기도 정갈하게 멈추어 있었고 온통 원색으로 물든 꽃이 핀 이유를 잘 설명해준 알맞은 기온과
주인을 잃은 문학의 빈의자들이 서둘러 채비를 하고 새색시처럼 다소곳이 모여 있었다.
이만여명이 꽉 들어찬 경기장.
약 15000여명이 박주영을 보기위해 들어왔다고 인정을 하면서도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음을 선포했다.
그리고 모든공은 인천유나이티드의 선수들에게 넘어가 있었고 타팀의 한선수에게 쏠릴 눈동자만
우리에게 돌려놓기 위한 시간만이 남아 있었다.
많은 관중들을 보며 안도를 하면서도 씁쓸한적이 이번이 처음이었을 정도로 시작점의 기분은 묘했다.
2 전반적인 경기내용
출발점에 선 선수들의 포지션과 전술을 잠깐 보면
.......라돈치치....셀미르.....
............아기치............
전재호..안성훈..노종건..최효진
이정수......임중용......이요한
............성경모............
대충 이런 모습인데 셀미르가 부상으로 실려나간 후의 모습은 최효진이 공격수를 하거나
아기치 대신 황연석은 라돈과 한국에서 가장 큰 공격수들끼리 호흡이었고 나중엔 황연석은 수비를
보는 촌극까지 연출했으니 어떤 전술인가? 에 대한 해답은 " 비밤밥 전술" 이었던 셈이다.
전체적으로 전반은 6:4로 압도했고 후반은 5:5 정도 이거나 조금 밀린 경기내용이었다.
승리의 기본적인 열쇠는 미들의 압박이었다.
안성훈과 노종건의 더블볼란치에 이은 공격형미들인 아기치의 삼각형 조합이 기타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물론 견고한 수비진과 완벽부활을 선포한 라돈치치의 활약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경기는 2:0의 사뿐한 승리예감, 수비중심적 전략이 부른 동점골까지 상황, 그리고 마침표를 찍은
라돈의 결승골로 이어지며 천당과 지옥을 경험하게 하는 살떨리는 경기내용이었다.
이번 경기는 선수들의 죽을힘을 다해 열심히한 경기내용과 좀 수상한 전략을 구사한 장외룡감독의
넌센스가 함께 공존한 경기였다.
솔직히 이겼기에 잠잠하지만 장감독님의 전술은 한번쯤 도마위에 올려질 위험성을 가지고 있었다.
3 기타팀을 평가하다
기타팀은 박주영의 팀이다라는 진리를 떠나서 조직력이 형편 없어졌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압박을 감당 못하는 미들진, 평범한 선수로 전락해버린 양윙백, 느리고 중심점이 없는 수비진,
벤치멤버보다 뒤떨어진 선발진, 그리고 어떤 경기를 하는지 조차 판단이 안서는 이장수감독
이렇게 평가하면 더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너무나 무기력하게 경기를 선보이고 있었다.
다만 왜 박주영을 외치는가? 를 알수 있듯이 역시 박주영보다 나은선수는 기타팀에 보이질 않았다.
경기는 11명이 하는것이지만 박주영이 볼을 잡으면 왜그렇게 무섭고 불안하던지...
볼을 다루면서도 총알같이 달려나가는 그의 모습은 역시 사람들이 흥분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다만 준비된 이정수에게 박주영은 철저히 농락당했고 한골로 위안을 삼는것이 적절한것 같았다.
참...우리공격수를 막다가 발목이 나간 김치곤선수는 하루 빨리 회복하길 바랄 뿐이다.
아마 기타팀의 선수들은 라돈에게 진절머릴 칠게다.
진것도 열받았겠지만 그 노란딱지를 엄청나게 받았으니 더욱더 열좀 받았을 것이다.
4 이래저래
*셀미르
셀미르는 참 엉덩이가 크다..아니 하체가 엄청나게 튼튼한 선수이다.
아기치와 둘이 나란히 서있으면 엉덩이가 딱 두배다.
그의 하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준 대목은 첫골에 있었다.
라돈의 절묘한 헤딩으로 흘러들어간 볼을 기타 수비수 두명이 알고 달려갔지만 순간 튀어나간
선수가 인천의 셀미르였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순간적으로 튀어나갈수 있는 탄력..이것이 그의 장점이다.
단지 한골넣고 골대와 허리를 부딧혀 중도 하차했지만..
전반끝나고 그가 전혀 이상없음을 알았을때 꺼져들어가던 한숨이 웃음으로 바뀌었었다. 참 다행이다.
*라돈치치
이선수를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어린선수로 이국땅에서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있고 지금은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
선발명단이 들기전 그는 엄청난 연습량을 소화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프로가 무엇인지 몸으로 말해준 선수로 발전했다.
많은관중들이 왔을때 보여줄수 있는것은 다 보여준 진정한 프로의 냄새가 그에게서 전해진다.
예전엔 흉내만 내면서 제공권을 확보하는체 했으나 이젠 예전의 그가 아니다.
특히 제공권만 확보하는것이 아니라 우리공격수의 움직이는 방향까지 예측하며 볼을 흘려준다.
게다가 그는 몸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있으며 키핑력은 최고로 발전했다.
어떤 좁은상황에서도 전혀 볼을 빼앗기지 않는다.
게다가 늙은 여우처럼 노련미가 철철넘치며 여유또한 가득하다.
첫번째 골은 180도 터닝슛이었다. 그것도 어설픈 슛이 아니라 아주 상상을 초월한 강력한 슛이었다.
두번째골은 그의 강심장과 스스로를 믿는 믿음이 만들어낸 폭풍같은 골이었다.
벽 사이에다가 어떻게 그런슛을 쏠수가 있었는지 오늘의 최고는 그였다.
단, 넣을때는 더 넣을수 있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노마크상황에서 그가 놓친 골이 넣은 골보다 많았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정수
오늘 문학엔 본프레레감독이 와 있었다.
박주영을 검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정수를 보러 온것일것이라는 귀뜸을 들었다.
사실 경기에 뛴 수비수중 양팀 통털어 이정수만한 선수는 전혀 볼수가 없을 정도로 압권이었다.
박주영은 볼을 잡은 상황에서도 빠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빠른선수가 이정수였다.
박주영은 상당한 실력으로 우리 수비진을 농락하기도 했는데 결국 단 한번도 이정수를 넘지 못하고
꼭 그에게 걸리면서 좌절을 심하게 경험하곤 했다.
제공권,대인마크,길목예측과 차단, 순간적인 공격가담등 나무랄데가 없었다.
단. 본감독....이정수는 국대엔 절대로 못내준다, 우리 인유가 무너지거든....그냥 박재홍쓰시길..
* 그리고 전선수들
전혀 나무랄데가 없었다.
최고의 움직임으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할수 있다는 자신감에 쌓여 있었다.
인천유나이티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른데 있지 않다.
경기중에 벌어지는 어이없는 실수가 가장 큰 적이었고 해결방안이 묘한 골칫거리였었다.
오늘경기는 그런 모습이 많이 사라졌고 서로간의 호흡이 많이 살아있었던 모습이었다.
단지 좀 서운한 모습은 감독님의 교체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셀미르가 나갔을때 왜 지속적으로 공격적이지 못하고 수비수인 장우창을 들여보냈는지와
몸상태가 좋지 않았던 아기치가 나갔을때 왜 라돈과 흡사한 반경을 보여주는 황연석이 들어왔는지
그리고 많은 관중들 앞에선 활화산이 되는 마니치는 왜 결국 벤치였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물론 전문가도 아니고 허접한 초짜팬임으로 이해가 안간다고는 하지만
정말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해보려해도, 억지로 이해하려해도 좀 의아하다.
만일 동점으로 끝났거나 역전을 당했으면 아마 경기장은 전쟁터로 돌변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5 마치며
쓸데없이 글이 길어진다.
찾아온 이만여명의 관중들
이중에 약 7천명정도를 빼놓고는 박주영을 보러 왔을 것이다.
오늘 경기는 축구가 왜 재미있었는지를 실제로 문학경기장에서 목격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많은 이들이 관심은 박주영에게 있다고 할수 있었지만 인천의 골상황과 좋은 모습에서의 박수소리
그리고 열광하는 모습과 안도하는 모습등 전부다가 인천을 위한 몸짓 뿐이었다.
조심스런 예측은 약 오천여명은 이번기회로 다시 찾아올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것이란 것이다.
항상. 어떤상황이든 만여명이 좀 넘는 관중이 찾아오길 고대하고 또 고대한다.
참 인간이라는게 간사하다.
경기하기전 방송사에게 감사를 했다.
중계를 안해줘서 많은이들이 찾아올수 있게 근거를 마련한것 같았고 중계가 있었을때 우리팀이
참패라도 당한다면 실망을 엄청할것 같아 차라리 방송없음이 다행이었다.
하지만 아주 좋은 내용과 많은골 그리고 정당한 승리를 목격하니
마음이 화......악 바뀐다.
중계가 있었으면 많은 인천시민들이 다음에 좋은 마음으로 더 많이 찾아왔을 것이란 기대 때문에
간사한 마음은 이리 바뀌고 저리 바뀐다.
최고의 모습 이전에 최선을 다한 우리선수들에게 진심어린 박수와 애정을 보낸다.
잘 읽었습니다.
어쨌거나 기분 좋은 승리였죠..
그리고 장외룡 감독님의 전술은 그동안 무승과 무득점에서 오는 심한 압박감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만큼 승리에 목말랐으니 지키려는 마음이 앞섰던 것 같네요^^
이택진2005-04-18
본감독이 수비수 발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 이번 월드컵예선 2라운드에 적어도 이정수 선수를 뽑아 테스트를 하겠지요. 박듀엣으로 버티기에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을 것 입니다. 이정수 선수가 국대에 가는 것은 선수개인으로 좋은 것 이지만, 인천의 핵심 수비수인 만큼 전력약화가 우려됩니다.
권오봉2005-04-17
또 다시금 아까의 흥분이 되살아 나는 듯 합니다...
박주영보다 머리하나 더 뛰어오르는 이정수...날쏀돌리 전재호...
라돈치치의 골들은 물론이고~...~
다음 경기에도 좋은 모습기대하며...인유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