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흥분을 가라앉힌 나는 선수들을 향해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이겨 주어서 고맙다고....
경기에서의 승리를 뜻하는 말이 아니었다. 고단하고 실패뿐이며 늘 외로웠던 인생, 그 상처투성이의 자신과 싸워 이겨 준 것이 정말 고마웠다. 선수 하나하나가 승리의 주인공이었다. 그날만큼은 모두에게 챔피언 자격을 주고 싶었다. - 2005년 플레이오프를 확정지은 전남전 승리후
"짜식들아! 기죽지마. 괜찮아. 뭐 상관없잖아? 사실 우리를 보러 온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럴수록 멋진 경기를 보여 주면 되지. 그게 바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알지? 힘내자. 꼭 이기는 거야." 고개를 숙인 채 동그랗게 모인 선수들 사이에서 주장 임중용의 힘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낮지만 단호한 파이팅. 그런 녀석들을 바라보자니 가슴 한쪽이 마치 사이다를 들이켠것처럼 아려왔다. - 2005년 컵대회 서울전. 텅빈 관중석을 채우기 위해 "박주영을 보러오세요" 란 홍보를 하고..
한 골을 넣고, 한 골을 먹고... 시소게임처럼 이어지던 경기. 인천은 당연히 형편없는 성적을 낼 것이라고 기대조차 하지 않은채 멀찌감치 물러앉아있던 관중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인기 선수 박주영의 골 장면이나 감상하고 카메라에 담아 가자고 마음먹었던 관중이 인천의 투지 넘치는 경기에 점차 열광하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하자. 이를 악물고 그렇게 하자..." 나는 죽을 듯이 뛰는 녀석들이 아프고, 대견하고, 또 고마웠다. - 2005년 컵대회 서울전. (역전승)
광주의 정경호가 한 골을 만회하여 1:1로 전반전이 끝난 시점에서 결국 이 둘의 다툼이 벌어지고 말았다. ....... 선배는 물론이고 감독과 코치, 스태프들이 모두 모여 있는 자리에서 어린 이정수가 "다들 엉망이야!" 라고 소리지르자 한껏 예민해져 있던 팀이 폭발할 상황이었다....... ... 이제 선수들은 몸싸움까지 불사하는 형국이었다..... 불협화음. 내가 가장 두려워하고 또 우려하던 사태가 벌어진 것이었다. 그 하나면 모든 것이 끝장이었다. 너무 가난하고 너무 초라해 서로 아끼고 보듬어 주지 않으면 어려운 팀이었다....... 잠시 눈을 감고 걷잡을 수 없는 상황 속에 있던 나는 선수들 한 가운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 숙연함.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모두 내 잘못이다. 너희 잘못이 아니야. 너희의 팀워크가 깨지면 그동안 애썼던 모든 것이 다 무너진다. 그러니 나를 한 번만 도와줘. 나를 믿고... 아니 너희 자신을 믿고.. 한번만 이대로 따라와줘. 제발.. 우리 이겨야지. 이겨달라고." ......... - 2005년 전기리그 광주전 전반전 개인플레이로 경기가 힘들었을때.. (후반3:2승리)
더 큰 문제는 식사였다. 몸을 쓰고, 저 밑바닥의 에너지까지 모두 쏟아 내는 우리 선수들에게 주어진 식사는 시설이 좋지 않은 싸구려 호텔의 기름으로 범벅된 끔찍한 요리였다..... 마음이 아팠다. 온종일 일을 시키고 끼니 하나 제대로 갖춰주지 못하는 무능력한 부모같은 심정이랄까? 게다가 마침 같은 곳에서 짧은 훈련을 하고 먼저 서울로 돌아가는 한 프로팀을 만난것이 쓰린 속에 기름을 부었다. 그 팀은 아예 한국에서부터 요리사를 대동하고, 요리 재료까지 공수해 끼니마다 보양식을 제공하는 형국이었으니 말이다. " 잘먹여야 이기지. 인천은 선수들한테 밥도 제대로 안주나?" 내가 선수 몇몇을 대동한 채 그들이 식사하는 곳으로 다가가자 그 팀 감독의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자존심, 완전히 바닥에 쏟아져 버린 나의 자존심. 하지만 자존심 같은 것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우리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는 일이 우선이었으니까. 그 팀의 선수들이 식사를 끝낸 뒤 남은 멸치와 김치볶음 같은 몇가지 음식을 요리사로부터 직접 얻어와 숟가락도 뜨지 못한 채 우두커니 앉아있던 우리 선수들의 밥상위에 올려주었다. 그때서야 선수들의 숟가락질이 빨라졌다. - 적은 예산으로 중국으로 전지훈련 갔을때.
"감독님 저 뛸 수 있어요. 뛸 수 있는 사람도 없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뛸 수 있어요. 뛰게 해주세요." 이정수 본인 스스로 강력하게 출전을 원했다. '내 몸' 보다 '우리 팀'을 먼저 생각하는 그들을 보면서 마음이 저절로 뜨거워졌다.
나는 무엇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워 준 선수들에게 무한한 존경심을 느꼈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애썼다. 나는 너희들이 자랑스럽다." 되풀이해 쏟아 놓았던 나의 말은 진심이었다. 이날 무리하게 출전했던 이정수는 결국 국가대표의 꿈을 포기해야했다. 그에 대한 미안함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 2005 후기리그 서울전 얕은 선수층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상당한 발목으로 출전해야했던 이정수. 이날 볼을 걷어내기위해 슬라이딩을 한 탓에 걷지도 못할정도로 악화됨. 국대 예비엔트리에서 탈락. (2:2 무승부)
모든 신문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색깔의 기사가 넘쳐흘렀다. "개천에서 용 나고.. 인천에서도 용 났다!" 참으로 서글픈 이상한 칭찬.. - 2005년 플레이오프 진출 확정 후
나는 나도 모르게 외치고 있었다. 이것은 축구가 아니라고. 우승을 줄 테니 이제 제발 그만 하라고. 이제 그만 우리 선수들을 놓아달라고...... - 플레이오프 결승 2차전 울산 선수들의 위험한 태클로 우리 선수들이 많은 부상을 당할때...
우리는 2:1로 승리했지만 1차전에서의 1:5패라는 결과로 인해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눈물을 흘리는 우리 선수들. 어린 이요한부터 노장 이학철까지 모두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울고 또 울었다. 그런 선수들을 달래며 나는 이렇게 말했다. "울지마라.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그러니 우리가 이긴 것이다." 울지 말라고 했지만, 그렇게 말하는 나 역시 속으로 울고 있었다. - 2005년 플레이오프 준우승 확정시
"신문 기사를 보면 짜증 나요. 자꾸 가난한 구단 어쩌고 하면서 부자 구단이랑 비교하고... 우리 선수들도 처음에는 다 대우받으면서 이곳에 왔거든요. 그런데 신문 같은데서 자꾸 버려진 선수들이니 뭐니 그러니까 마음이 안좋은 거죠. 저희들 정말 열심히 하고, 또 그만큼 인정받고 있다고 믿는데 그런 소리 들으면 화나고 기운빠지고 자존심 상하고 그렇거든요. 앞으로는 기자님들이 그런 기사 안쓰셨으면 좋겠어요." - 방승환선수 인터뷰시 신문기자들에게
장외룡 감독의 선수 사랑은 정평이 나 있다.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다고 해도 절대로 화를 내거나 선수들 탓으로 돌리는 법이 없는 분이다. " 너희는 최선을 다했으니 잘한 것이다. 내가 전략을 잘못 세웠기 때문에 진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지더라도 자신 있게 져라. 안되면 내가 옷 벗고 나가면 되지." 그렇게 말할 때의 장외룡 감독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내 같다. - 임중용 선수가 쓰는 감독 장외룡
등등등..... 너무 감격적이고 배울점이 많네요.
한번 더 정독하려고 합니다. 인유팬이라면 꼭 한번은 봐야할 책인것 같네요.^^
영상출처 - 아이러브싸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