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을 그대로 올립니다. 블로그 만들고서 한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이번엔 너무 속상하네요.. 원본은 https://blog.naver.com/tentama/130133715883
엄청난 추위에 악몽같던 숭의 경기장에서 귀환하여 이불 꽁꽁 싸매고 바로 드러누워서 몸을 녹이면서도 다음 대전전에는 WPM석에 가서 느긋하게 봐야지 하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운영상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다음번엔 괜찮겠지 싶은 생각도 하면서. 열심히 남일우 얼빠짓을 하면서 이번 시즌을 보내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잠에 들었었다.
그리고 다음날 밤 늦게 인천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를 보면서, 그런 생각은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진심 어린 사과 대신 감정에 호소하는, 마치 술 한잔 마시고 쓴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장난같은 사과문에, 우리 팀이 얼마나 프로답지 않은 팀인지 깨달아 버렸달까. 허탈과 허무감이 머리속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때서야 여기저기 게시판에 올라왔던 불만글과 뉴스, 칼럼들을 하나씩 읽어보기 시작했었다. 경기 전에 돌아본 것보다 훨씬 심각하고 엉망이었던, 인천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낸 모습들을 사람들의 분노섞인 글들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일요일 숭의 경기장의 미숙한 운영은 참 많은 사람들의 치를 떨게 만들었었다. 발권부터 시작해서 입장, 자리 배치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부분에서도 인천 프론트는 제대로 된 대처를 해주지 못했다. 매표소와 E석으로 입장하는 길은 장사진을 만들었고, W석은 표 검사도 하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생겨 많은 사람들이 들낙날락 할 수 있었다. 낮은 기온과 강한 바람이 부는 숭의에서 사람들은 추위에 덜덜 떨면서 제때 경기를 보지 못해 불만을 터트렸었다. 고작 2만명도 안되는 인원에 숭의구장은 패닉이 되어버렸다.
여러가지 면에서 개막전때 갔던 수원 빅버드와 비교되었었다. 수원에는 눈대중으로 보아도 대략 2만에서 3만이 넘는 인원이 추운 날씨에도 경기장을 찾아주었다. 그런 많은 사람들이 입장하였고, 게다가 공짜표 인원은 2층으로, 유료 입장 고객은 1층으로 입장하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혼란은 없었다. 스마트폰이 있는 사람은 미리 표를 예매해서 '홈티켓'을 제시하여 바코드를 찍고 입장하였고, 덕분에 매표소도 그다지 붐비지 않고 정리가 잘 되었었다. 별다른 혼란 없이 사람들은 신속하게 입장하여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인천은 어땠는가, 발권도 경기 2시간 전이 되어서야 겨우 시작했고, 예매한 사람들은 입장이 안 되어서 다시 표를 발권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그나마도 W석의 경우는 경기 시작 1시간 전이 되자 예매표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입장 가능하게 해 주어서 많은 사람들의 원성을 샀었다. 원정석이 일반 관중보다 먼저 입장하는 일도 일어났다. 현장수령을 신청했던 많은 시즌권 구매자들 역시 발권이 늦어지면서 혼란을 겪었고, W석 시즌권 소유자나 E석 시즌권 소유자는 입장도 못해보는 혼란도 일어났었다. 지난주에 갔던 빅버드와는 너무 비교가 될 수 밖에.
일반석을 찾은 많은 관중들에 대한 대우도 엉망이었지만 남들보다 배는 비싼 한정판 WPM석 시즌권을 구입한 사람들에 대한 대우는 더한층 엉망이었다고 한다. WPM 시즌권 보유자들을 위한 서비스인 간단한 다과나 음료수 등은 찾아볼 수 없었고, 안그래도 벤치에 지붕을 씌우면서 사석이 생긴 마당에 수원 관계자들을 앉힌다고 얼마 안되는 자리를 사용하고, 좌우로 W석으로 입장한 사람들이 넘어들어와 앉는데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아 WPM 시즌권을 가진 사람들이 자리에 못 앉는 일도 일어났다 한다. WPM석과 비슷하게 오직 예매자들을 위해 만든 테이블석 역시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이 몰라 과자나 음료수를 집어먹고 가버리는 일도 있었단다.
WPM석이나 테이블석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사람들은 기꺼이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서 인천의 경기를 관전하겠다고 오는 사람들이다. 인천 구단의 입장에선 이런 고정 고객들이 많이 확보될수록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철저하게 관리를 했어야 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런 고객들을 만족시키기는 커녕 불만만 더 가중되게 만들어 버렸다.
인천 프론트에게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작년에도 이런 일을 겪었다는 것이다. 작년 개막전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았지만, 정작 W 프리미엄석을 구매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권리인 W 프리미엄석에 앉을 권리를 일반 관중들에게 빼앗겼었다. 타마는 일찍 경기장을 찾은 덕에 앉아서 경기를 볼 수 있었지만, 내 옆에 앉은 사람이 'W 초대권'을 들고 앉아있는 것을 보고 묘한 씁쓸함을 느꼈었다. 이후 통제가 강화되었지만 그때 일 덕분에 W 프리미엄석에 다른 지인들을 데리고 앉는것에 대한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었다. "어차피 텅텅 비는데다 통제도 안하고 남들도 맘대로 앉는데 이렇게 앉히면 뭐 어때?" 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거기에 W 프리미엄석만의 특권이랬던 전용주차장도, 주차통제요원조차 어디있는지 모르고, 덕분에 시즌 내내 한번도 그 주차장은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시즌 중엔 맘대로 원정 팬들이 W 프리미엄석에 침입해서 싸움까지 나기도 했었으니, 얼마나 준비가 엉성했는지 알 만 하다.
그런데 인천 프론트는 개막부터 이런걸 전혀 지켜주지 못했다. 경기 후에 게시판에 WPM석을 구매한 사람들이 가장 크게 불만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하다. 100명 한정의 '명품'을 마치 '짝퉁'마냥 관리했으니, 누가 믿고 그 비싼 좌석을 구입하겠는가.
여러모로 숭의에서의 개막전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애초부터 인천의 이번 시즌도 시작이 무척 힘들거라 생각했기에 경기 승패는 어찌되었던 상관 없었다. 마음껏 장외섭팅 하면서 그라운드에 휴지폭탄을 던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깃대를 선수에게 막 휘두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눈치고 그런 행위들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자위하는 닭대가리 개랑도, 남들이 줄을 길게 서던 말던 풍악을 울리고 기공식을 즐기는 조선시대 탐관오리같은 정치인들도 짜증나긴 매한가지지만 어차피 저런 사람들은 1년에 한번만 보면 그만이기에 참을 만 했다. 경기 끝나고 소중한 잔디를 마음껏 짓밟으면서 사진찍고 뛰어놀기에 여념 없는 생각없는 사람들은 어차피 개막전 이후에는 안 올 사람들이기에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실망스럽고 기분을 참담하게 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그런 큰 실수를 했음에도 장난 수준의 사과문을 사과문이라고 올린 인천의 프론트였다. 정말 팬들에게 잘못한 것을 충분히 알고 그런 글을 올린 건가?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을 고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데 소를 잃었으니 그냥 울고만 있는 구단의 사과문을 보니 내가 대체 왜 이런 팀을 위해 충성을 바치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허탈해지기만 했다. 저 사과문이, 정말 '프로 구단'의 프론트가 올릴 만한 사과문인지.. 스스로 무능과 무기력함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그것에 대한 보완책도 없이 오로지 정에게 호소하는 것이 프로 구단이 할 일인가. 고작 발권 문제만 해결되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을까. 턱없이 모자르던 바코드기, 아무나 막 출입할 수 있었던 WG3 게이트, 제값 주고 표 산 사람이 바보 되는 섹터 구분, 그 외 수많은 문제가 고작 발권문제 하나 해결되었다고 다 해결되었을까.
나는 이런 팀을 지지하려고 블로그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었다. 내가 좋아하던 인천은, 소중한 선수를 떠나 보내고 그 선수를 판 돈으로 운영을 하더라도, 항상 꿈이 있고 다른 시민구단과 기업구단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해나갈 수 있는, 그런 구단이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나에게 보여주는 인천의 모습은, 처음에 인천을 좋아하고 인천을 사랑하게 되었던 그때의 모습과는 너무나 멀어져 있다. 아무리 좋은 구장이 있어도 뭐하나, 인천은 이런 EPL급 구장에서 '우리는 만원 관중을 유치할 능력이 없으니 앞으로는 조금만 오세요' 라고 외치는 꼴이 되어버렸다. 내가 왜 수원 팬에게 "너네 구단 왜 이따위야!" 라는 말을 들어야 하나. 이 경기를 보기 위해 지불했던 만 오천원짜리 티켓이 같은 가격에 즐겼던 4D영화 '슈렉 포에버'보다 나에게 더 효용을 주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런 팀을 위해서 글을 쓰고, 인천 덕분에 파워블로거가 되었으니 인천이 나를 블로그 마케팅으로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남들이 돈 받고 팔아도 될 것 같다고 하던 비공식 가이드북(https://blog.naver.com/tentama/130132835437)을 만들어 배포하고, 이번에 유니폼 파동으로 인천에 정이 떨어진 사람들에게 '난 여기에 있을테니까 언제든지 돌아와 주세요' 라고 하던 나였는데, 이번 일로 정이 완전 사라져 버렸다. 이런 모습이면 차라리 집에서 가까운 인천 코레일을 응원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어차피 프로같지 않은 팀이라면 차라리 네셔널리그를 응원하고 말지.
환불에 대한 정식 공지가 올라오면 구매했던 WPM 시즌권을 반품할 생각이다. '환불을 요청하신다면 당연히 해드리겠다' 라고 올렸으니까, 작년에 한 것과 올해 사단 난 것을 생각해 보면 나에게 35만원어치의 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 같지도 않아 보인다.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걸 하는게 낫겠지.
내가 사랑하던 인천 유나이티드라는 팀은 대체 어디로 간걸까. 어차피 '누가 정했는지 모르는 전통' 가지고 있는 팀이니까 어찌되던 상관이 없을까. 개막을 기다리며 꿈에 부풀었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누구에게나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던 인천은, 이젠 너무나도 초라해 보인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걸까. 나도, 인천도.
속상하다. 정말 많이. 내 지금껏 즐겨왔던 과거를 송두리 째 부정하는 것과 다를게 없으니까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