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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치데이매거진]성경모...심각한 부상에 좌절···열흘간 가출했는데 아무도 몰라

127 UTD기자단 뉴스 UTD기자 이수영 2008-10-08 2043
“심각한 부상에 좌절···열흘간 가출했는데 아무도 몰라!” 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 골키퍼 성경모 이천수 국가대표 만든 장본인? “천수 나한테 밥사!” 목 디스크에 “운동 못한다” 진단 받고도 주전 확보 명랑만화 캐릭터 같은 느낌. 동글동글한 첫인상에 5분이면 누구든 친구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탁월한 유머감각은 성경모(29·인천유나이티드·GK)의 트레이드마크다. 지난시즌 심각한 목 디스크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둬야 한다’는 사실상의 사형선고까지 받았음에도 그가 그라운드로 돌아오기 까지는 1년이 조금 더 걸렸을 뿐이다. 좌절의 아픔마저도 특유의 ‘개그본능’으로 승화시키는 ‘돌아온 야신’ 성경모. 이천수에게 K리그 복귀골을 허락한 굴욕의 순간조차 “국가대표 하라고 기회준 것”이라며 웃어넘기는 그는 1년의 시간 동안 좀 더 단단해져 있었다. - 지난해 부상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임영옥·조아름) = 2007년은 최악이었죠. 1년 동안 2군 경기 3게임 출전한 게 다였으니까요. 지난해 1월 괌 전지훈련 마지막 날 처음 문제가 생겼어요. 원래도 목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재활치료를 꾸준히 해서 4월이나 5월쯤 복귀할 예정이었죠.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경기 출전하려고 날짜 다 받아놓고 몸 만들고 있는데 주먹이 안 쥐어지는 겁니다. 팔이 조금 저린 정도는 참고 뛸 수 있었는데 손발이 마음대로 안 움직이니 별수 없었죠. 구단 측도 ‘수술만은 절대 안된다’고 말리던 입장이었는데 상황이 워낙 안 좋으니까 결국 제 발로 병원을 찾아 들어갔어요. 병원을 찾아갔는데 운동 그만 두라는 둥, 너무 암울한 소리만 해대더라고요. 그길로 그냥 휴대폰 내팽개치고 잠수를 탔죠. 말 그대로 ‘무단이탈’. 평소 가족끼리 가던 강원도 모 절에 들어갔다가 바닷가 구경도 하고 딱 1주일 만에 왔는데. 아이고, 아무도 내가 없어진 줄 모르는 거예요! 내팽개친 휴대폰 다시 보니까 팀 닥터님 이름으로 부재중 통화 딱 2개 들어와 있더군요.(웃음) 아프다고 하니까 ‘그냥 어디 갔나보다’하고 안 찾았대요. 섭섭하더라고요. - 지난해 8월 수술 받을 당시 ‘운동을 포기해야 한다’는 진단까지 받았다던데. = 병원에 가기 전에 부동산 중계하시는 분을 만났는데 허리 디스크를 앓고 있더라고요. 혹시나 해서 물어봤죠. “아저씨, 운동 하실 수 있어요?” 그랬는데 웬걸. “운동은커녕 박스하나 옮기는 것도 못한다”는 겁니다. 의사들이야 조심하라는 뜻으로 ‘운동하지 마라’고 할 수 있지만 직접 수술 받은 사람이 꼼짝 못한다고 손사래 치니 겁이 덜컥 날 수밖에요. 겁을 잔뜩 집어먹고 길병원 이상구 교수님을 찾아갔죠. 이 교수님 말씀에 따르면 경륜(사이클)선수 중에 디스크 수술을 받은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아시다시피 경륜은 자전거만 타면 되지만 축구는 직접 몸으로 굴러야 하는 운동이잖아요. 그래도 “잘 될 거다, 나만 믿어라”는 교수님 말씀에 작년 8월 중순에 드디어 수술대에 누웠죠. 결과는 뭐 보시다시피 입니다.(웃음) ‘프로디스크’라는 새로운 시술법을 썼는데 수술 1주일 만에 퇴원했어요. 이 교수님이 “정말 단단한 녀석으로 박아놨으니까 웬만큼 크게 넘어져도 잘 버틸거야”라고 하시더군요. - 몇 달 사이 살도 굉장히 많이 빠졌다. = 어떤 분이 홈페이지에 이렇게 써놨던데. “라돈치치랑 비교하면 누가 더 돼지인가?” 당연히 라돈치치가 더 돼지죠.(웃음) 한 달 반 동안 체중을 10kg 넘게 줄였어요. 순천 캠프에서 1개월 만에 7kg을 뺐죠. 식사량을 1/3로 줄이고 계란, 닭 가슴살 같은 단백질만 먹고 운동한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겠네요. 이렇게 했는데도 체중이 더 이상 안 빠져서 운동 뒤에 반신욕으로 땀을 뺐어요. 정말 독하게 다이어트 했습니다. - 1년 만에 주전 골키퍼로 돌아왔는데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실력이 그대로다. (권민재) = 1년 반 동안 이미지컨트롤을 많이 했어요. TV 중계나 직접 우리 팀 경기를 관전하면서 계속 머릿속으로 생각했죠. ‘이 상황이라면 이렇게 막는 게 좋겠다’라는 식으로요. 최근 출전 준비를 하면서 코칭스텝들도 ‘준비가 덜됐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저도 물론 그렇게 생각했고. 원래 감바오사카전(6월6일)을 복귀전으로 예상했는데 조금 늦어졌죠. 그러다 경남과의 컵대회(7월2일)때 드디어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는데, 와... 진짜 적응이 안 되는 겁니다!(웃음) 공은커녕 공격수도 안보이고 말도 안나오고 난리가 났죠. 그러다 후반에 상대 공격수한테 한대 얻어맞고 나가떨어졌는데 정신이 확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조금씩 경기 흐름이 눈에 들어왔죠. - 올림픽 대표 출신 송유걸과 경쟁관계인데, 두 사람 사이 미묘한 신경전은 없는지. (오수철) = 미묘한 신경전이요? 둘이 한 방 쓰는 사인데.(웃음) 작년에 제가 부상으로 한창 힘들 때 유걸이가 왔잖아요. 처음엔 솔직히 서먹서먹했죠. ‘내 자리 뺏어먹으러 왔구나!’ 싶어서.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이 녀석이 꽤 진국이더라고요. 선배들한테도 아주 잘하고. 요즘엔 그야말로 선의의 라이벌로 생각합니다. 유걸이 같은 좋은 후배가 있으면 그만큼 발전할 기회도 생기는 거니까요. - 국가대표팀 정성룡 골키퍼는 골을 넣어 유명세를 탔다. 혹시 골 욕심은 없나. (양진모) = 그 경기 아예 보질 못해서. 휴가 때라 친척분이 농사지으시는 경북 봉화에 내려가 있었어요. 워낙에 외진 곳이라 전화도 잘 안 터지고 TV채널도 잘 안 나와서 경기를 못 봤죠. 그런데 나중에 들으니 골을 넣었다고 하더라고요. 평소에도 킥력이 좋은 친구라 많이 부럽긴 했는데 뭐 그 친구처럼 골 넣고 싶은 욕심 같은 건 없어요. 정성룡 선수도 솔직히 골 넣고 싶어서 노리고 찼겠습니까? 하다보니까 운 좋게 들어간 거죠. 2005년인가 저희 팀에서도 감독님이 ‘모든 선수들이 골 넣는 팀을 만들어보자’고 하셔서 페널티킥 정도는 골키퍼가 차도록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적은 있어요. 실현되지 않았지만. 혹시 알아요? 제가 나서서 그렇게 골 넣고 골세레머니 멋~지게 하면 훨씬 더 유명해질지도. - 선후배를 막론하고 인간관계가 상당히 돈독한데, 이런 장점을 내세워 주장 완장을 차볼만도 하다. (양진모) = 난 가벼운 사람이에요. 주장이라면 무게도 잡고 진중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전 그러지 못하거든요. 게다가 지금 노종건 주장이 아주 잘하고 있잖아요. 주장 완장에 대해서 욕심도 없을뿐더러 그만한 그릇은 못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과 잘 지내는 건 타고난 천성 같아요. 저희 아버지 말씀도 ‘사람이 재산’이라고 하셨죠. 살다보니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더군요. 전 친구들을 좋아할 뿐입니다. - 주로 팀의 주전 골키퍼가 등번호 1번을 부여받는데, 이 번호가 탐나지는 않는지. (김태훈) = 글쎄요. 사실 대학 때까지 쭉 1번을 달았어요. 그러다 전북에서 프로데뷔를 하면서 처음 받은 번호가 31번이었죠. 그런데 이 번호 진짜 저랑 궁합이 안 맞나 봐요. 31번 달고 나서 고생만 죽어라 하는 바람에 진이 다 빠져버렸거든요. 그러다 인천에 오게 됐고 하마터면 또 31번을 달 뻔했죠. 그땐 제가 우겨서 33번을 받았어요. 그리고 제 번호로 굳어졌죠. 저한테 잘 어울리지 않나요? - 상대하기 가장 힘든 팀과 선수가 있다면? (김기석·조아름) = 딱히 상대하기 어려운 건 아닌데 이상하게 수원만 가서 경기하면 많이 다쳐요. 그때가 언제야 왜 제가 이천수 선수 국가대표 만들어준 날 있잖아요.(웃음) 8월27일 있었던 컵대회 원정 경기였나요? 진짜 천수는 나한테 밥 사야 돼. 그러고 보니 부산경기(9월27일)에선 안정환 선수한테 4개월 만에 부활포도 만들어줬죠.(웃음) 참 씁쓸한 얘긴데 이렇게 하니까 또 재밌네. 약팀이라고 반드시 이겨야 하고 강팀이니까 반드시 고전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마음가짐의 차이죠. - 최근 인천의 6강 진출 시나리오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언론보도가 많다. 강팀과의 일전을 남겨둔 상황에서 팀 분위기와 각오는 어떤지. (김현기) = 대구에 0:2(9월20일)로 지고 나서 정말 팀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었죠. 게임 마치고 팀 미팅만 2시간 넘게 했는데 감독님 이하 선수들까지 한명씩 돌아가며 패인을 분석하기까지 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나왔죠. 그러다 (전)재호형이 한마디 했는데 그 길로 분위기가 한결 살아나더군요. 재호형이 그때 “대구에 진 것이 왜 문제인가. 우린 잘하고 있는데. 인천이 꼴찌도 아니고 아직 6위권에 머물러 있지 않느냐. 충분히 가능성 있음에도 왜 이렇게 무거운 주제로 무거운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라고 했죠. 생각해보니 이 말이 너무 맞잖아요. 이제 홈경기 상대로 서울, 울산, 수원경기 남겨뒀는데 왠지 재밌을 것 같지 않아요? 매 경기 결승 같은 기분으로 정말 재밌게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인천은 6강 플레이오프 반드시 갑니다. 다만 조금 더 재미있고 박진감 있게 가는 것뿐입니다. /글= 이수영 UTD 기자 (sanj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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