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2 현대오일뱅크 K리그 4라운드 인천-대전 경기 종료 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큰 충격을 줬다. 사실 여부야 어쨌든 마스코트가 도발했다고(본인은 도발 사실 없다고 부인, 상당수 목격자 존재) 경기장에 난입해 폭력을 가한 2명의 대전 서포터와 그에 발끈해 대전 서포터들을 위협하고 폭행한 인천 서포터들의 행동은 사회면으로 가져가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수위 높은 폭력사태였다. 특히 난입 서포터 2명이 폭력을 가하는 장면은 생중계로 그대로 전달됐다. 한국 축구사에 유례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 26일 경기 코디네이터의 보고서가 작성돼 올라갔다. 프로축구연맹은 3일 간의 자료 수집과 심의를 거쳤고 29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최종 확정했다. 징계 수위는 생각보다 높았다. 안전 및 질서 유지에 책임을 지지 못한 인천에는 연맹이 지정하는 날짜에 연고지 외 장소인 제 3지역에서 홈경기를 1회 개최하도록 했다. 관중(인천 서포터즈) 홍염 사용에 대해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원정팀이긴 하지만 관중 소요 사건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대전에는 제재금 1,000만원을 부과하고 향후 2경기(5,6라운드) 동안 대전의 서포터즈석을 폐쇄하도록 했다. 인천 마스코트를 폭행한 가해자 2명에 대해서는 각 구단에 무기한 경기장 출입금지를 권고했다.
이번 징계에 대한 연맹의 판단 근거가 되는 관련 규정은 다음과 같다.
-경기•심판 규정 제3장(공식경기) 제21조(경기장 안전과 질서 유지) 위반
① 홈팀은 경기 중 또는 경기 전, 후에 선수, 코칭스태프, 심판을 비롯한 전 관계자와 관중의 안전 및 질서 유지에 대한 책임을 진다.
② 연맹, 구단, 선수를 비방하는 사안이나, 경기 진행 및 안전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모든 사안에 대해서는 경기감독관의 지시에 의해 관련 구단은 즉각 이를 시정 조치하여야 한다. 만일 감독관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시정 조치되지 않을 경우 상벌위원회의 심의에 의거 해당 구단에 제재금(500만원 이상)을 부과할 수 있다.
③ 관중의 소요, 난동으로 인해 경기진행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선수단, 심판진,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관중의 안전과 경기장 질서 유지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관련 구단이 사유를 불문하고 그에 대한 일체의 책임을 부담한다.
-상벌규정 제3장(징계기준) 제16조(유형별 징계 기준) 8항(관중의 소요사태)
⑧ 관중의 소요사태
관중의 난동 및 소요사태로 경기진행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심판진 및 선수단, 관계자의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1) 벌 칙 : 관련 구단에 대해 상벌규정 제8조에 의거한 징계를 부과한다.
2) 제재금은 최소 500만원 이상으로 한다.
-상벌규정 제1장(총칙) 8조(징계유형) ①항
① 위원회는 본 규정에 따라 다음과 같이 징계를 가할 수 있다.
1) 구단에 대한 징계
가. 경고
나. 제재금
다. 연맹이 지정하는 제3지역(중립지역)에서 홈경기 개최
라. 무(無)관중 홈경기 개최
마. 승점감점
바. 하부리그 강등
사. 구단의 권리행사 제한(이사회의 추인을 득해야 함)
과거 비슷한 경우에 연맹의 징계 유형은 경고와 제재금을 넘어가지 않았다. 가장 최근 사례를 보자. 2011년 7월 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전북-서울 경기 후 벌어졌던 서포터 간의 충돌 및 오물투척 등에 대해 홈팀 전북에 제재금 1000만원, 원정팀 서울에 경고가 각각 주어졌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은 달랐다. 박영렬 상벌위원장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폭력사태에 심각한 문제 의식을 가졌다. 제재금을 높이 부과하는 것도 방법이나, 서포터즈라는 팬의 행위에 의해 이번 사건이 발생했으므로, 안전 책임이 있는 인천 구단에 책임을 묻고 재발을 막기 위해 제3의 지역에서 홈경기를 치르도록 징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즉, 연맹의 입장은 이렇다. 과거 부과하던 제재금(벌금)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서포터를 포함한 소수 몰지각한 관중들로 인해 벌어지는 소요 사태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태 후 많은 언론과 팬들이 그 동안 경기장에서 심심찮게 폭력 행위를 저질러 온 이들에 대한 의식을 개선할 수 있는 징계안을 요구했다. 연맹 역시 그 부분에 동감을 했고 처음으로 제재금 이상의 징계를 내린 것이다.
이번 징계 내용을 세세히 살펴 보면 왜 수위가 높다고 하는 지 느낄 수 있다. 인천부터 살펴보자. 안전 관리 및 질서 유지 미비로 인해 벌어진 관중 소요 및 난동에 대한 대가로 홈 경기 1경기를 인천 지역 외의 3지역에서 개최해야 한다. 이 징계는 인천의 서포터들이 대전 서포터들의 경기장 난입에 대응해 관중석으로 건너가 폭력을 행사한 데 대한 징계까지 포함된 것이다.
당장 인천은 제3지역의 경기장을 물색해야 한다. 인천 내의 경기장도 안 된다고 했기 때문에 지난해까지 쓰던 문학월드컵경기장으로도 갈 수 없다. 지리 상으로는 부천종합운동장이나 안양종합운동장이 가장 가깝다. 해당 지역 기관이나 기존 팀(부천FC 등)의 양해를 구해서 이 경기장을 쓰려고 해도 연맹의 승인이 필요하다. 올해부터 연맹은 경기장 시설에 대해 FIFA 수준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경기장을 구해도 시설 및 여건이 부합하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만일 허정무 감독의 연고가 있는 목포로 간다고 해도 목포축구센터를 비롯한 경기장의 시설 수준을 확인해야 한다. 인천이 홈 경기를 위해 전라남도까지 간다고 하는 것도 웃음거리다. 연맹은 인천에게 다음 홈경기(경남전)는 불가능하겠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3지역 경기를 개최하라고 했다. 여러모로 스트레스다.
그리고 기존 팬들의 불편이 야기된다. 인천 홈 경기를 보러 가기 위해 시외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들을 위한 보조를 책임져야 한다. 만일 기존 홈 관중에 대한 보조를 포기한다면 엄청난 지탄을 받을 수 있다. 시즌권 구매자들 입장에서는 환불을 요구해도 무방할 사안이다. 당장의 금전적 손해도 크지만 이러한 사태로 인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으며 불편을 겪는 스폰서들의 반발까지 감수해야 한다. 스폰서들이 인천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전보다 부정적으로 변할 것이고 장기적인 재정 마련에도 타격이 갈 수 있다.
대전을 보자. 당초 연맹은 이번 사태의 주 원인을 관리에 소홀한 인천 쪽에 집중 부과했다. 그러나 원인을 제공한 대전도 묵과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대전에도 어떠한 강제력을 가해야 징계의 형평성이 이뤄지기 때문이었다. 결국 제재금은 인천보다 높은 1,000만원이 부과됐다. 그리고 향후 2경기(5,6라운드) 동안 대전월드컵경기장의 홈팀 서포터즈석을 폐쇄하도록 했다. 대전은 5라운드 제주전, 6라운드 부산전을 연달아 홈에서 치른다. 서포터즈들은 자신들의 상징과 같았던 구역(일반적으로 북측 N석이나 대전은 구조상 홈팀 서포터가 남측 S석을 이용)을 떠나 응원을 해야 한다.
추가로 인천 마스코트를 폭행한 가해자 2명에 대해서는 각 구단에 무기한 경기장 출입금지를 권고했다. 강제적 금지가 아닌 권고라 한 것에 의문을 표시할 순 있지만 현재 K리그 입장 관리 시스템으론 개별적인 신분 확인 및 감시는 불가능하다. 해외의 경우 전자발권을 통해 개인 신분이 확인 가능하고 축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산업적 중요도가 커 경찰이 관리하지만 한국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권고라고 한 부분이다. 우선 대전이 자체적으로 금지의 중징계를 했기 때문에 만일 2명이 향후 다시 이 같은 상황에 관여할 경우는 더 큰 징계가 내려진다.
프로축구연맹은 이번 사태에 대한 징계에 있어 스스로 제재금에 묶어 놨던 징계 수준을 넘어서는 중징계를 내렸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상황에 같은 기준으로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그럼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때는 무관중 경기, 승점 감점의 징계로 넘어가게 된다. 연맹의 메시지는 단호하다. 소수의 몰지각한 이들에 의해 K리그를 찾는 대다수의 관중들이 혐오스러운 상황을 지켜보는 사태는 없어야 하며, K리그가 긍정적 이미지를 쌓는 데 해가 되는 요소를 단호하게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각 구단에 큰 불편과 수모에 가까운 중징계를 내리기 시작했다. 폭력 행사를 자기가 사랑하는 팀을 위한 정당한 대응이라 착각하는 팬들은 이제 자기 손으로 팀에 치명적 피해를 입히게 되는 셈이다. 소수의 팬들이 이성적이지 못한 판단과 행동을 하면 할수록 각 구단의 물질적, 정신적 피해가 커지는 징계 구조를 통해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겠다는 연맹의 결정은 환영할 만 하다.
출처 단두대매치 참사에 연맹이 유례없는 중징계를 내린 이유|작성자 축구 보는 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