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대한민국 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대한축구협회 주관 ‘2014 하나은행 FA컵’ 32강 대진 추첨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진행됐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32강전 상대로는 ‘수도권 라이벌’ FC서울로 결정되었다. 인천은 오는 30일 수요일 19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과 예정에 없던 ‘경인 더비’를 치른다. 이미 인천과 서울은 다음달 3일 인천에서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에서 맞대결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양 팀은 불과 4일 간격으로 각 팀의 홈구장을 오가며 2연전을 펼치게 되었다.
그야말로 운명의 장난이 아닐 수 없다. 공교롭게도 인천과 서울 모두 지난 시즌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것과 반대로 올 시즌 현재 리그 하위권에서 허덕이고 있는 ‘동병상련’의 모습이기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이 경기를 두고 ‘단두대 더블 매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야 말로 ‘너’를 넘어야 ‘내’가 산다는 비장한 의미가 담긴 매치업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인천과 서울의 연이은 맞대결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 팀은 이미 지난 2007년과 2009년에도 각각 이러한 연전을 펼친 경험이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양 팀이 과거에 연전을 펼쳤던 것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소개하려 한다. 인천과 서울이 연이어 치른 맞대결의 첫 역사는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시즌
- 6월 16일 인천 2 : 2 서울 / 드라간, 장경진(이상 인천), 고명진, 심우연(이상 서울)
- 6월 20일 인천 1 : 1 서울 / 김상록(인천), 이상협(서울). PK 3:4 인천 敗.
2007시즌, 당시에는 리그와 별개로 컵대회가 병행되어 운영되었다. 시즌 초반 주말에는 리그 경기를, 주중에는 컵대회 예선 경기가 병행됐다. 당시 박이천 감독 대행이 사령탑을 잡고 있던 인천은 데얀, 김상록, 박재현 등을 필두로 한 화끈한 공격축구를 구사하며 시즌 초반 리그와 컵대회 그리고 FA컵까지 세 마리 토끼를 쫒았다.
컵대회에서 인천은 울산, 전북, 대구, 포항, 제주와 A조에, 서울은 수원, 광주(現 상주), 부산, 대전, 경남과 B조에서 각각 예선을 치렀다. 조별 예선 결과 인천은 울산에 이어 B조 2위로 6강에, 서울은 B조 1위로 4강에 안착했다. 6강전에서 인천은 2007년 5월 30일 전남을 홈으로 불러들여 김상록과 방승환의 연속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기록, 컵대회 4강전에 진출했다.
컵대회 4강전 티켓을 손에 쥐며 잔뜩 기세가 오른 인천은 2007년 6월 16일 리그 13라운드 경기에서 서울을 홈으로 불러 들여 승리를 노렸다. 이날 경기에서 인천은 전반 드라간과 장경진의 연속골에 힘입어 2-1로 앞서 나갔지만, 후반 27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이상협에게 헤더 동점골을 허용하며 아쉬움 속에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그리고 양 팀은 컵대회 4강전을 치르기 위해 불과 4일 후인 2007년 6월 20일, 장소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옮긴 채 다시 맞붙었다. 결승행 티켓을 잡기 위한 양 팀의 명승부가 펼쳐졌다. 전반 20분 이상협의 날카로운 왼발 슈팅이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서울이 앞서 나갔지만, 불과 2분 뒤인 전반 22분 김상록이 환상적인 오른발 터닝 슈팅으로 골문을 가르며 곧바로 응수했다.
1-1 균형을 맞춘 양 팀은 이후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승부차기에서 승부를 가리게 됐다. 승부차기에서도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인천은 2-2 상황에서 서울 심우연의 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며 환호성을 질렀지만, 다음 키커인 방승환의 슛 역시 크로스바를 강타하며 곧바로 아쉬움을 삼켰다. 승부는 마지막 키커에서 갈렸다. 서울 곽태휘의 슈팅이 골문을 가른 반면, 인천 이동원의 슛은 김병지에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결국, 결승 진출 티켓은 서울의 몫으로 돌아갔다.
2009시즌
- 7월 08일 인천 0 : 0 서울
- 7월 12일 인천 1 : 5 서울 / 유병수(인천), 정조국 2골, 데얀 2골, 고명진(이상 서울)
- 7월 22일 인천 1 : 1 서울 / 김상록(인천), 이승렬(서울). PK 3:5 인천 敗.
인천과 서울의 또 다른 연전의 역사는 그로부터 2년 뒤인 2009년으로 향한다. 2009시즌 초반 인천이 보여준 임팩트는 가히 엄청났다. 세르비아 출신 명장 일리야 페트코비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인천은 시즌 초반 탄탄한 전력을 구축함과 동시에 혜성같이 등장한 ‘슈퍼 루키’ 유병수의 맹활약에 힘입어 전북, 광주(現 상주)와 함께 당당히 리그 선두권을 형성했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리그와 별개로 컵대회가 진행되었다. ACL에 출전한 4팀(수원, 서울, 울산, 포항)이 자동으로 8강에 안착한 채, 나머지 팀들이 2개조로 나뉘어 조별예선을 소화하며 각 조별 상위 2팀씩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인천은 대구, 강원, 대전, 전남, 성남과 함께 A조에서 예선을 치렀고, 우여곡절끝에 성남에 이어 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8강 대진은 무작위 추첨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다시 운명의 장난이 펼쳐졌다. 인천의 8강전 상대가 서울로 결정된 것이다. 당시 8강전은 홈 & 어웨이(7월 8일, 7월 22일)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우연찮게 양 팀은 2년 전과 마찬가지로 리그 15라운드 맞대결(7월 11일)을 사이에 두고, 컵대회 8강전 맞대결까지 보름 간 총 3경기를 치르게 되는 상황이 펼쳐졌다.
양 팀의 시즌 첫 번째 맞대결이자 컵대회 8강 1차전 경기가 2009년 7월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다. 당시 인천은 초반에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더위에 지쳐 다소 주춤한 흐름을 보였고, 반대로 서울은 ‘정조국-데얀’ 막강 투톱의 활약에 힘입어 리그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홈팀 서울의 매서운 화력(슈팅:24, 유효슈팅:14)이 불을 뿜었다. 하지만 골키퍼 송유걸이 야신 모드를 발동해 신들린 선방쇼를 펼쳤다. 오죽하면 벤치에 앉아있던 상대 귀네슈 감독도 호탕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결국, 이날 경기는 0-0 무승부로 종료되었다.
양 팀은 4일 뒤 같은 장소에서 리그 15라운드 경기를 치르기 위해 다시 맞붙었다. 이날 페트코비치 감독은 잔뜩 독이 오를대로 오른 서울의 공격력을 막아 보고자 주중 경기와 달리 BACK-3 전술을 꺼내며 전술 변화를 줬다. 하지만 이는 약이 아닌 독이 되고 말았다. 초반부터 전술 변화에 헤매던 인천은 데얀과 정조국에게 각각 멀티골을 내준데 이어 고명진에게 추가골까지 허용하며 1-5 대패를 기록하고 말았다.
원정에서 충격의 대패를 기록한 인천은 7월 22일 다시 서울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절치부심한 인천은 컵대회 8강 2차전 경기에서 설욕전에 나섰다. 시작은 좋았다. 전반 22분 김상록의 감각적인 프리킥 선제골이 터지며 앞서 나갔다. 하지만 후반 27분 이승렬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향했다. 1-1의 스코어로 정규시간이 모두 종료됐고, 대회 규정상 연장전 없이 곧바로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승부차기에서 인천은 첫 번째 키커 우성용이 뼈아픈 실축을 기록하면서 결국 2년전과 마찬가지로 또 다시 승리를 서울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이렇게 인천과 서울이 치른 두 차례 연전의 역사를 되짚어봤다. 양 팀은 오는 4월 30일 FA컵 32강전(서울월드컵경기장)과, 5월 3일 리그 11라운드(인천축구전용경기장)까지 나흘 새 2경기를 치르며 또 한 번의 연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 두 차례 맞대결에서 웃은 쪽은 모두 서울이었다. 과연 이번 세 번째 연전에는 인천이 웃을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글 = 이상민 UTD기자 (power1360@hanmail.net)
사진 = 남궁경상 UTD기자 (boriwo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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