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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R] '경인더비' 보기 위해, 독일에서 찾아온 손님들

1060 UTD기자단 뉴스 UTD기자 최하나 2014-05-05 3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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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는 옛말처럼 지난 5월 3일 인천 유나이티드가 간절히 기다려 온 반가운 손님인 ‘승리’와 ‘골’ 소식이 동시에 찾아왔다. 그리고 그 신호탄을 울리게 한 숨겨진 ‘까치. 사실 그 까치는 독일에서 날아왔다. 경인더비를 보기 위해 독일에서 한국에 온 Nicole(34), Knud(39)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제 1장. 기(起) 당신은 누구신가요?
몇 주 전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명예기자단의 SNS 페이지로 한 통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독일에 사는 축구팬입니다. 평소 K리그 클래식과 인천 유나이티드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얼마 후 인천 유나이티드와 FC 서울의 경인더비가 열린다는 걸 알고 있는데 여행 차 한국을 들려 꼭 관람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미리 티켓을 구할 방법이 없나요?”

사실 처음에는 약간 의아했다. 지구 반대편의 K리그 클래식을 알고 있는 것도 믿기 어려운데 메시지를 보낸 주인공은 ‘경인더비’의 유래와 역사를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5월3일 경기라고 이미 언급한 것으로 봐 그냥 한 번 한국에 놀러가는 김에 공짜로 축구를 좀 보겠다는 뉘앙스가 아니었다.

“경기 보다 일찍 입국해서 여행을 할 예정이고 동행이 있습니다. 둘 다 축구를 좋아합니다. 연락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메시지를 남긴 그의 SNS 웹페이지에는 사진도 프로필도 공개되어 있지 않아 의도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제 2장. 승(承) 불안함과 초조함
티켓을 스스로 구하는 건 어렵지 않을 테니 우선 경기장에 방문하면 미리 투어를 시켜주기로 했다. 하지만 어떠한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그건 명예기자단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구단에 먼저 알려야 했고 이례적인 상황이기는 하지만 낯선 이를 단지 팬이라는 이유만으로 제한구역에 들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아직 만나보지도 못 한 이에 대한 의구심과 호기심이 아직 가시지 전이지 않은가? 일단 구단에 세 가지 버전의 동선을 명시한 취재계획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게 미지수였다.


‘그들이 확실히 올까? 구단에서 어디까지 허락을 해 줄까?’

내가 원하는 건 파격적인 대우도 아니었고 그저 그들에게 영어로 경기장 투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는 것 뿐 이었지만 만약 구단이 허락을 했는데도 그들이 오지 않는다면 오히려 내가 난감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몇 주의 시간이 다시 흘러 경인더비가 일주일 남았을 때 AFC챔피언스리그와 정규리그 그리고 FA컵의 참가를 병행하고 있는 FC서울과의 일정이 결과에 따라 변경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5월 3일 경기가 미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래요? 일단 그럼 상황을 봐서 다시 연락을 하겠습니다.'

제 3장. 전(轉) 우리는 만났다.
우리는 5월3일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티켓박스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아보죠? 저의 동행인은 여자친구입니다.”

“노란색 명예기자증을 목에 메고 있을게요.”

혹시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연락처를 서로 주고받았다. 전날까지도 확신은 서지 않았다. 외국여행에서 얼마나 많은 변수들이 생기던가? 일정을 취소하거나 변경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경기 당일, 10분 일찍 도착해 어색하게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는 그리고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그들을. 약속시간이 지나자 초조해졌고 경기 시작 30분 전까지만 기다려보기로 했다.

“저 혹시?”

시간이 아주 조금 더 흘러 서로를 알아본 우리는 웃음부터 터뜨렸다. 비로소 긴장이 풀렸다. 첫 인사를 나누고 그동안 사실은 좀 불안했다며 속내를 드러내자 그쪽에서도 똑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안 나오면 어쩌나. 경기를 못 보게 되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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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함부르크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워낙 어릴 때부터 봐와서 축구를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었어요. 제가 응원하는 팀은 Altonaer FC von 1893인데 1부 리그 소속이 아니다보니 알 지 모르겠네요. 하하하.”

“그런데 K리그 클래식은 어떻게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인천 유나이티드 경기를 보러오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제일 궁금했던 질문부터 건넸다.

“각국의 리그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여행을 가면 꼭 그 나라의 축구장을 찾죠. K리그 클래식은 원래부터 알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함부르크도 바다가 있다 보니 인천 유나이티드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닻’의 문양도 여기저기 있어서 친숙하기도 하고 특히 서울과 맞붙으면 경기가 더 재미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지요.”

옆에서 그의 여자친구는 “남자친구가 여행을 갈 때마다 들리는 팀의 유니폼을 사 모으는 게 취미예요. 오늘도 살 걸요?” 라며 옆구리를 콕 찔렀다.

2012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터를 옮겨오기 전 종합운동장인 문학경기장을 이용했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는 시민주주의 공모로 창단된 시민구단이라는 사실 등을 들려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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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가 방앗간을 피해가랴.’

아니나 다를까 우리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블루마켓에서 그는 유니폼을 골랐다.

“맞는 사이즈가 있어서 다행이네요. 아시아에서는 맞는 유니폼을 찾기 좀 힘들어요.”

다부진 체격 때문에 때로는 구매하고도 입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인천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그는 이제 인천의 팬으로 변신 완료!

구매한 티켓을 가지고 자리로 이동해 맥주와 콜라를 마시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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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독일에서 준비해온 Altonaer FC von 1893의 머플러와 모자를 우리에게 건네며 말을 이어갔다. “독일에는 시즌권 라운지에서 음식을 제공하는 곳이 드물죠. 사실 좀 놀랐어요. 이 경기장이 만석인 경우에는 2만 명이 넘게 온다는 건데 그들에게 다 음식을 제공할 수 있나요?”

이 질문에서 그가 확실히 다른 나라에서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시즌권 구입을 하는 팬들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사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많은 관중이 찾아주는 일명 빅 매치도 있긴 하지만 만석이 되는 경우는 흔하지는 않다고 봐야죠. 사실 아쉬워요. 인천에 이렇게 좋은 팀과 경기장이 있는데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인천 유나이티드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요. 열심히 다 같이 노력해야죠.”

늘 생각해오던 약간은 씁쓸한 대답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럽과 단순히 비교할 수만은 없다. 그도 처음부터 독일도 리그가 흥행이 잘된 건 아니라고 했다.

“오랜 시간을 거치며 시행착오도 겪었고 한국도 나아질 거예요. 우리를 봐요. 시민들이 연고지 팀을 응원하는 게 자연스럽고 그러다보니 시즌티켓이 없으면 경기를 보기 힘들고 6만 명 관중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는 경우도 잦죠. 할 수 있어요. 파이팅.”

그랬다. 아직 포기하는 이르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함과 동시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화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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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결(結) 아름다운 두 시간
2014 시즌 개막전에서 두 골을 넣은 뒤 FA컵 경기를 제외한다면 인천은 승리를 거두지도 골을 기록하지도 못했다. 남은 원정 한 경기를 제외한다면 우리는 인천의 승리를 보지 못하고 월드컵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었다.

FC서울과의 일명 ‘경인더비’를 두고 많은 전문가와 언론은 인천의 승리를 점치지 않았다. 오히려 3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서울이 우세할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답답했다. 이기지 못해서가 아니라 터지지 않은 골로 김봉길 감독도 팬들도 속상해 하며 쓸쓸하게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몇 번이나 봐온 터였다. 축구는 아름답지만 잔인하다는 말은 2014년과 잘 어울렸다.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두 사람도 열심히 응원해줬다. 시합 내내 스마트폰은 단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던 그들. 선수들에게 열렬히 환호를 보내주던 두 사람. Knud는 결국 경기 막판에는 일어서더니 앉지 못했다.

“일어서서 경기를 보는 게 버릇이 돼서요.”

우리는 이해한다는 눈빛을 교환했다. 그는 고향에서도 열렬한 팬이자 서포터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우리는 가슴을 쓸어내린 채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서로를 위로했다.

한편, 이날 경기는 후반 2분 터진 이보의 결승골에 힘입어 인천이 서울에 1-0 승리를 거뒀다. ‘승리 그 이상의 감동’은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과 그들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여준 인천 팬 모두에게 그리고 이 상황에 딱 어울리는 말이었다.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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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는 법. 이 당연한 이치 때문에 사실 스포츠는 승패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승리와 패배는 언젠가는 잊혀갈 테지만 우리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마음 졸이고 기뻐하고 슬퍼하는 그 순간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기꺼이 먼 곳 독일에서 찾아와 인천을 위해 두 시간을 함께 보낸 Knud와 Nicole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의 마음이 전해졌기를. 그리고 우리의 마음이 통하였기를.

글= 최하나 UTD기자 (spring860@naver.com)
사진 = 이상훈 UTD기자 (mukang1@nate.com), 최하나 UTD기자 (spring8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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