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유나이티드가 갑자기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마치 긴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르던 롤러코스터가 정점에 올랐다가 활강하듯 시원하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8월 2일 울산전 2대 0 승리를 시작으로 전남과 경남을 차례로 꺾으며 3연승을 기록했고, 순위는 12위에서 9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인천은 지난 전반기에 K리그 사상 최장 경기 무승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눈물을 머금고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팀은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었고, 팬들은 서서히 강등 이야기마저 꺼내게 되는 상황이었다. 세계인의 축제였던 2014 브라질 월드컵으로 K리그 클래식은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가 후반기 리그를 재개했지만 인천의 부진은 여전했다. 13라운드였던 상주와의 홈경기에서 공방속에 아쉬운 패배로 후반기 리그를 시작한 인천은 이어지는 성남과의 홈경기와 부산 원정까지 2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하며 분위기 반전을 끝끝내 이뤄내지 못했다. 설상가상 16라운드 수원 원정에서는 전반에만 3골을 헌납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8월에 접어들면서 인천은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거듭났다. 울산과의 홈경기 승리를 시작으로 전남, 경남을 차례로 꺾으며 팬들을 열광시키기 시작했다. 마치 한 해가 지나 새 시즌이 시작한 것 마냥 완벽히 새롭게 무장된 모습이다. 인천은 전반기 내내 득점력 빈곤에 허덕였지만 8월에 열린 3경기에서 모두 화끈하게 2골씩을 기록하며, 계속해 지적되어 오던 문제점들을 모두 극복한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인천 유나이티드 유스 출신 진성욱의 재발견이다. 진성욱은 울산전, 전남전, 경남전에서 3경기 연속 골을 기록했다. 명실공히 팀의 해결사로 거듭났다. 진성욱은 문전 앞에서의 유연하고도 재치있는 볼터치와 끝까지 골문을 향해 달려드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특히나 골을 기록한 3경기에서 이러한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며 반짝 스타가 아님을 증명했다. 하지만 인천의 고공 비행에는 한가지 눈여겨볼만한 것이 더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김봉길 감독의 뛰어난 용병술이었다.
모든 선수들이 주전 경쟁을 펼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팬의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선발 명단이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권정혁 골키퍼가 골문을 책임지고, 포백 라인에 박태민-안재준-이윤표-용현진 라인이 인천의 주 선발 명단이었다. 미드필더진에도 여러 선수가 로테이션으로 경기에 나섰지만 문상윤-김도혁-이보-구본상-이천수가 전반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자주 올렸다. 스트라이커 자리에는 지금은 팀을 떠난 니콜리치와 이효균이 치열하게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김봉길 감독은 팀의 부진이 계속되며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바로 팬들과 언론에서 예상하는 위의 선수 기용이 아닌 다양한 선수들의 변칙 포지셔닝이었다. 이에 중심에 서있는 선수는 공교롭게도 같은 포지션에서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치던 오른쪽 풀백 최종환과 용현진이었다.
우선 김봉길 감독은 최종환을 울산전 1대 0 리드 상황에서 오른쪽 윙어로 출전시켰다. 비록 스코어 상에서는 앞서고 있었지만 다소 불안한 리드였기에 모든 사람들이 수비를 안정시키기 위한 교체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최종환은 경기장에 투입된지 단 10분만에 세트 피스 상황에서 골을 기록했고, 2대 0 승리를 이끌었다. 사실 최종환은 오버래핑과 크로스가 뛰어난 수비수이며, 공격적인 능력이 상당히 출중하다. 모두의 예상을 깬 김봉길 감독의 변칙 기용이 만들어낸 값진 승리였다.
용현진 역시 이번 김봉길 감독의 변칙 기용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용현진은 지난 전남 원정에서 후반 교체 아웃 된 부주장 구본상을 대신해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섰다. 모두가 구본상의 부상으로 공백이 생긴 미드필더진에 일시적인 방책으로 세운 기용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김봉길 감독의 이러한 기용은 철저한 선수 파악에 기인한 것이었다. 1점 뒤진 상황에서 용현진은 구본상의 자리로 옮겨 그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커버했고, 더 이상의 골을 내주지 않았다. 포지션 변경에 합격점을 받은 그는 경남과의 홈경기에서 본래의 우측 풀백 자리를 김용환에게 양보하고 다시 한번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무실점 경기의 숨은 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제 리그는 19라운드를 지나 20라운드를 앞두고 있다. 거친 도로를 지나 인천 유나이티드는 이제 막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다소 늦게 시동이 걸린 감이 있지만 앞서 달린 팀들을 무서운 속도로 추월해가고 있는 김봉길 감독이 다음 경기에서는 어떤 용병술을 선보일지 기대해본다.
글 = 강창모 UTD기자 (2nd_chance@hanmail.net)
사진 = 이상훈 UTD기자 (mukang1@nate.com) / 이명석 UTD기자 (moungsuk75@daum.net) /
남궁경상 UTD기자 (boriwoo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