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2일 금요일, 차가운 겨울바람에 매서운 눈보라까지 거침없이 몰아쳤지만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 운동장만큼은 뜨거운 열기로 활활 타올랐다.훗날 인천 유나이티드의 미래를 책임질 이정빈(인천대 1년)과 최범경(인천 대건고 2년) 이상 두 명의 중원 사령관이 모처럼만에 한 판 승부를 펼쳤다. 이날 둘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득점포를 가동하며 왜 자신들이 ‘인천의 미래’라고 불리는지를 스스로 입증해냈다.◆ 이정빈·최범경, 유스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정체두 살 터울의 이정빈과 최범경은 체계화된 인천의 유스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정체다. 훗날 인천의 중원을 책임질 재목으로 나란히 손꼽히는 둘은 공통점이 참 많다. U-15 광성중학교에서 U-18 대건고까지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포지션도 중앙 미드필더를 도맡고 있다.이뿐만이 아니다. 플레이스타일도 흡사하다. 이정빈과 최범경 모두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중원에서 무게감 있는 플레이를 펼친다. 그밖에 둘은 정확하고 강력한 킥 능력을 바탕으로 프리킥이나 코너킥 등 팀 내 세트피스 전담 키커로서의 역할을 동시 수행중이기도 하다.두 학년 차이인 이 둘이 한 팀에서 발을 맞춘 건 햇수로 2년에 불과하다. 둘은 지난 2010년에 광성중에서, 2013년에 대건고에서 함께 뛴 바 있다. 비록 함께 한 시간은 많지 않지만 광성중과 대건고의 숙소가 바로 옆에 자리한 점이 이 둘의 사이를 더욱 돈독히 만들었다.오랜 시간동안 숙소 생활을 함께한 둘은 자연스레 서로 의지하는 각별한 사이로 발전했다. 이정빈은 최범경을 가장 아끼는 후배로 삼았고, 반대로 최범경은 이정빈을 본받고 싶은 선배로 삼았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서로 밀고, 당겨주는 파트너로 절친한 선·후배가 되었다.◆ 415일 만에 재회한 두 명의 ‘인천의 미래’2013년 10월 24일. 인천 남동공단 근린공원에서 펼쳐진 ‘제 94회 전국체육대회 축구 고등부’ 경기 매탄고등학교와의 결승전을 끝으로 둘은 헤어졌다. 당시 3학년이었던 이정빈이 인천대로 진학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후 415일(만 1년1개월18일)만에 둘이 다시 만났다.이번에는 서로 아군이 아닌 적군으로 만났다. 비록 연습경기였지만 개개인의 자존심이 걸린 한판 승부였다. 이정빈은 운동장에 도착하자마자 옛 스승인 대건고 신성환 감독, 김이섭·임중용 코치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넨 뒤 곧바로 후배들에게 다가가 반가움에 인사를 나눴다.둘은 경기 전 각자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이정빈은 “오랜만에 후배들과 경기할 생각에 설렌다. 비록 연습경기지만 반드시 골을 넣어 이기겠다”고 말하자, 곧바로 최범경 역시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겠다. 나 역시도 골을 넣어 (이)정빈이형과 한판 겨루겠다”고 되받아쳤다.경기는 전·후반 구분 없이 50분 시합으로 진행됐다. 이정빈과 최범경은 나란히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격하여 모처럼만에 정면 승부를 펼쳤다. 경기 초반 흐름은 상당히 팽팽했다. 대건고와 인천대 모두 빠른 패스 축구를 기반으로 결정적인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해냈다.◆ 이정빈 ‘장군’ 외치자, 최범경 이내 ‘멍군’ 외쳐팽팽한 영의 흐름이 이어지던 15분경 이정빈이 먼저 장군을 외쳤다. 이정빈은 우측면에서 정은성(신입생)이 올려준 크로스를 받아 문전에서 침착한 마무리로 이날 경기의 선제골을 기록했다. 대건고 김동헌 골키퍼의 움직임을 침착하게 살핀 뒤 연결한 슈팅이 일품이었다.경기를 잘 하다가 갑작스레 선제골을 내주자 대건고는 흔들렸다.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불안한 기류가 흘렀고 이는 이내 현실로 다가왔다. 18분과 33분 인천대 박영세(2년)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0-3으로 끌려갔다. 순식간에 점수 차가 3점까지 벌어지고 말았다.다소 분위기가 쳐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건고는 포기하지 않았다. 도전자의 입장으로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며 서로를 독려했다. 그리고 44분경 최범경이 멍군을 외쳤다. 최범경은 이제호(2년)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만회골을 뽑아냈다.만회골이 터지고 2분 뒤인 46분경. 최범경이 기세를 몰아 한 골을 더 뽑아냈다. 아크 정면에서 수비 셋을 앞에 두고 절묘한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인천대의 골문을 흔들었다. 이후 시간이 모두 흘러 이날 연습경기는 대건고가 인천대에 2-3으로 패한 채 마무리되었다.◆ 이정빈 “후배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온 것 같다”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정빈은 “오랜만에 대건고 후배들과 만나서 함께 좋은 시합을 치른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면서 “한 골 밖에 못넣어서 아쉽다”고 농을 쳤다. 이어서는 “후배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온 것 같았다. 선배로서 내년도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또 이날 아끼는 후배 최범경과 한 판 승부를 펼친 것에 대해서는 “(최)범경이와 오랜만에 그라운드를 누볐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더 좋은 선수가 됐다는 걸 몸소 느꼈다”고 말했다.지난 9월, 대한민국 U-19 대표팀의 일원으로서 AFC U-19 챔피언십에서 조별예선 탈락의 아픔을 맛본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좋은 경험을 했다고 좋게 생각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좋은 기회를 잡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굳은 각오를 다졌다.◆ 최범경 “새 시즌엔 반드시 우승 기쁨 누리고파”최범경은 “확실히 힘이나 스피드 면에서 우리와 차이가 많이 나서 상대하기 힘들었다”면서 “항상 대학팀과 연습경기를 할 때는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는 자세로 임한다. 오늘도 비록 패했지만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던 시합이었던 것 같다”고 경기 총평을 이야기했다.이어 그는 “우리가 세 골을 내리 실점하면서 팀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 그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두 골을 넣어서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다”며 스스로의 활약에 만족감을 표했다.모처럼만에 ‘선배’ 이정빈과 맞대결을 펼친 데 대해서는 “항상 같은 팀에서만 뛰어봤던 (이)정빈이형을 적군으로 만나니 기분이 묘했다. 정말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배”라면서 “정빈이형한테 내가 이만큼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끝으로 그는 “1학년 때 전국체전에서 준우승을, 2학년 때 금강대기대회에서 3위를 했다. 마지막 3학년 때는 우승컵을 꼭 들어 올리고 싶다”면서 “팀원들과 함께 성실하고 착실히 동계 훈련에 임해 새 시즌에는 반드시 우승의 기쁨을 누리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내비쳤다.다가올 2015년, 이정빈과 최범경은 여느 때처럼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낼 것이다. 훗날 인천의 푸른 전사가 되어 서동원과 아기치, 김남일과 정혁, 구본상과 김도혁을 뛰어넘을 새로운 중원 콤비로 우뚝 서는 꿈을 꾸며 말이다.[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글-사진 = 이상민 UTD기자 (power136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