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UTD 인터넷 중계자 손철민 '인천편향 중계라는 비난, 신경쓰지 않아'
인천유나이티드는 유난히 ‘최초’ 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최초의 ‘흑자운영’, 최초 ‘Ball Girl도입’, 최초 ‘길거리 응원’ 등 한국 프로축구의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인천유나이티드의 몫이었다.
여기 또 하나 인천의 의미 있는 시도가 있다. 바로 작년부터 실시한 인천유나이티드 자체 중계방송이다. 비록 현재는 사정상 구단의 이름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중계가 진행되고 있지만 오로지 인천의, 인천을 위한, 인천에 의한 자체 중계방송의 시도는 축구팬들에게 굉장히 신선한 것이었다.
때론 다른 팀 팬들로부터 너무 인천 편향적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90분 내내 인천을 위한 방송을 하겠다는 뜻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인터넷 중계자 손철민(31)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현재 인천유나이티드 경기의 인터넷 중계를 맡고 있는 혈맹 Nacl에 속해 있는 손철민(31) 이라고합니다.
-인천유나이티드 인터넷 중계 아나운서가 된 계기는?
=처음에 구단에서 올린 인천 팀의 인터넷 중계 아나운서를 뽑는다는 공지를 보고, 하고는 싶은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확신이 없었어요. 근데 서포터즈에 아는 분이 저를 추천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용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국회도서관에서 캐스터나 아나운서가 갖춰야 될 자세 같은 자료도 찾아보고 준비하게 되었죠. 그런데 막상 경쟁자는 별로 없더라고요.
-중계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처음에는 K리그 중계가 워낙 없다보니 원정경기를 위주로 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원정과 홈을 따지지 않고 중계가 없는 경기는 다 자체적으로 중계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작년에는 구단이름을 걸고 곰TV에 직접 방송하였지만 구단 사정상 올해에는 개인자격으로 중계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첫 중계 때의 기분은?
=첫 방송은 갑자기 하게 되었어요. 아직 중계자가 정해지기 전이라서 구단 내에서 후보자 몇 분과 함께 회의 중이었는데 구단 측에서 시험방송을 즉석에서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다른 분들은 못하겠다고 하셔서 제가 얼떨결에 첫 방송을 하게 된 거죠. 그 경기가 작년에 FC 서울과의 컵대회 4강전이었어요. 정말 얼떨떨했죠.
-현재 인터넷 중계방송의 컨셉은?
=예전부터 개인적으로 공중파 중계방송에 대해 불만이 많았어요. 공중파 방송들이 인천에 대해 불리하게 편파적으로 중계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래서 인천 팬들만을 위한 중계를 만들자고 생각했죠. 욕이나 문제가 될만한 단어는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인천 팬들이 실컷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인천 편향적인 방송이 된 거죠.
-인천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알고 있는지?
=홈페이지에 저를 응원해주시는 게시물이 많더라고요. 다른 축구 사이트에서도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의 글을 많이 봤어요. 정말 감사할 따름이죠.
-반면 다른 팀의 팬들로부터 ‘너무 인천 편파적 중계다’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작년 전남전때는 전남 팬들로부터 ‘너희 아버지와 어머니가 불쌍하다’ ‘너 거기 어디야, 쫒아 갈 테니 죽을 준비해라’ 라는 섬뜩한 말들도 들었었어요. 처음엔 정말 충격도 많이 먹었었는데 많은 인천 팬들이 이 곳은 인천 팬들만을 위한 중계장이니 다른 팬들은 나가달라며 힘을 주셨어요. 감사했죠.
-다른 팀 팬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으면서도 인천 편향적으로 중계를 계속하는 이유는?
=일단 인천 팬들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인천 팬이라는 이유만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그런 곳을 말이죠. 또, 다른 팀의 팬들 분들이 제 중계를 보고 화가 나서 자기 팀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질 것이란 생각도 했었어요. 자기 팀을 사랑하는 분들이 많아질수록 K리그 전체도 발전하게 될 테니까요.
-중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제가 중계한 경기 중에는 승부차기 빼고 패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모든 경기가 다 기억에 남는데 작년에 2:1로 전남과의 경기에서 역전승한 적이 있어요. 여자친구를 처음 경기장에 데려왔었는데 그 경기 이후로 여자친구가 서포터즈 노래도 따라 부르고 저보다 더한 인천 팬이 되더라고요. 멋진 경기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죠.
-본인이 한 말 중에 최고라고 생각하는 명언은?
=한 번은 상대 선수가 인천에만 오면 넘어져서 너무 안 일어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잔디가 푹신푹신 한가요? 잔디도 과학입니다’ 라고 말했는데
반응이 꽤 좋았어요. 또 FC 서울의 팀 닥터가 부상 치료차 경기장에 들어 왔다가 가방을 두고 나오길래 ‘피크닉 가방 두고 왔네요’ 라고 별 생각 없이
말한 게 의외로 반응이 좋았어요.
-걸쭉한 입담의 비결은? 유행어 참고하나?
=이건 그냥 천성인거 같아요. 원래 아버님이 굉장히 유쾌하세요. 지금 병원에 계신데 환자분들을 재밌게 해주셔서 병원 소식지에도 실리시고 그래요.
유행어는 일부러 안 해요. 단순히 웃기려고 하는 방송은 아니니까요.
-방송 중 최악의 실수는?
=정말 많이 놀란 적이 있어요. 제가 한때 상대 선수의 이름을 일부러 안 부른 적이 있었어요. 그러다 상대 선수 중에 흑인선수가 있었는데, 상대선수 이름을
안 부르다 보니 저도 모르게 ‘까만 선수’라고 해버렸어요. 정말 큰 실수였죠.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급하게 ‘바지가 검은 선수다.’ 라고 수습하고
오해하게 만들어서 죄송하다고 여러 번 사과 드렸습니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는 점 다시 한번 밝힙니다.
-인터넷 중계를 하면서 가장 회의감을 느꼈던 적은?
=회의감을 느낀 적은 없어요. 다만 작년에 상암서 펼쳐진 FC서울과의 경기에서는 조금 허탈했죠. 그날 연장전까지 혼자 중계하느라 육체적으로 힘들었는데
마침 인천 팀이 동점 골을 넣는 거예요. 그래서 신나게 ‘골~~~!’ 을 외쳤죠. 그런데 그때 서울 구단 측에서 제재를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화가 많이 났는데
알고 보니 그 중계도 서울 구단에서 많이 도와줬기 때문에 이뤄진 거더라고요. 그래서 이해하게 되었죠.
-현재 직장인으로 알고 있는데 인터넷 중계 때문에 생계에 영향은 없나?
=이거 밝혀지면 많이 곤란한데요. (웃음) 주중의 먼 원정은 못가고 수도권 원정은 회사에 거짓말을 많이 했어요. ‘누구 누구 돌아가셨어요’ 뭐 그런
거짓말들이죠.
-인천 선수 중에 같이 중계해 보고 싶은 사람은?
=선수와 90분 내내 중계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선수들 대부분은 말이 없으니까요. 그냥 잠깐이라도 선수들을 모셔서 인터넷에 올라오는 질문 위주로
즉석 인터뷰를 해보고 싶어요. 특히 방승환 선수는 팬들이 많이 궁금해 하니까요, 임중용 선수와는 같이 중계를 해보고 싶어요. 임중용 선수의 말투는
계속 사람을 귀 기울이게 만들거든요. 말투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지죠.
-전문 중계자가 되고 싶은 욕심은?
=물론 상상은 해봤죠. 그러나 건방진 생각이죠. 또 인천과 다른 팀이 경기하면, 전 그거 객관적으로 중계 못할 거 같아요. 전 K리그 팬이지만 그 전에
어쩔 수 없는 인천 팬이니까요.
-앞으로 중계방송의 목표는?
=일단 대의적인 목적은 인천의 경기를 직접 와서 보지 못하는 분들께 생생한 인천의 경기 모습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언제나 인천 팬들을 위한
방송을 하고 싶고요. 개인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인천유나이티드TV가 만들어질 것이라 믿고 있는데 그때 까지 현재의 인터넷 중계를 계속 이어나가서
인천 역사의 한 모퉁이에라도 남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해설 듣는 분들에게 한 마디?
=전문가처럼 완성도 높은 해설을 할 수는 없지만 우리 인천 팬들이 충분히 공감할만한 우리인천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다소 부족한점이 많지만 앞으로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많이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글= UTD기자 김재진 (jaejin44@empal.com)
사진=UTD기자 박희수 (wsunlc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