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16R] 7월 19일, 어느 인천 유나이티드 팬의 일기

1157 UTD기자단 뉴스 UTD기자 최하나 2014-07-21 2699

2014년 7월 19일 인천 유나이티드 2-3 수원 삼성

지루한 일 년간의 해외근무가 끝났다. 처음에 캐나다로 발령받았을 때는 영어공부도 하고 주말마다 해변가에서 바비큐 파티도 하고 상큼한 로맨스도 상상했다. 하지만 내가 도착하고 깨달은 것은 밴쿠버는 한국과 다름없다는 점이었다. 알고 보니 내가 근무하는 지점은 밴쿠버 다운타운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한아름 마트’라는 한인슈퍼가 있는데 거기서 장을 보다보면 내가 한국에 있는 건지 캐나다에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도착해서부터 돌아올 때까지 내가 밴쿠버에서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은 바비큐가 아니라 대패삼겹살이라는 점도 일조를 한 것 같다.

물론 먹고 자고 출근하고 먹고 자고 출근하는 쳇바퀴 속에서의 해외근무였지만 인유를 잊지 않았다. 경기는 못 챙겨 봐도 결과만큼은 꼭 챙겨봤다. 왜냐하면 내 속에는 검은 피와 파란 피가 함께 흐르니까.

아무튼 일 년 만에 한국에 돌아오니 하위스플릿 깡패의 면모도 시도민구단 최초로 상위스플릿에 진출했다는 영광도 승리 그 이상의 감동도 이미 잊고 있었다. 선수도 팬들도. ‘무’와 ‘패’만 캐는 경기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내 속까지 울렁거렸다. 결국 두 달 동안의 가슴통증에 시달린 끝에 나는 병원을 찾아야 했다. 내시경을 하고 대기하는데 의사가 나를 불렀다.

“술 마셔요?”
“아니요."
“담배 펴요?”
“아닌데요.”
“그럼 스트레스구만.”
“네?”“스트레스로 위궤양이 생겼어요. 젊은 친구 회사생활이 그렇게 힘든가?”

밴쿠버를 떠나 온 이후로 나를 고문하던 상사도 없고 진상 고객도 사라졌기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아무리 곱씹어 봐도 없었다. 단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인천 유나이티드. 잇따른 패배와 시원찮은 무승부 그리고 가뭄에 단비와 같은 한 번의 승리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만들었는데 그게 원인이라는 거다.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그게 최고의 치료법이예요.”

결국 연세가 지긋하신 의사선생님의 말을 나는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두 달간 인유의 소식도 피하고 경기장도 찾지 않았다. 엊그제까지는.

7월 19일 아침. 스무 통의 부재중전화가 와 있었다.

“여보세요.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어서요.”
“나야.”
“.......”
“나라구. 야, 오늘 축구 보러 수원가자.”

나는 당황스러웠다. 지금부터 A양이라 칭할 내 친구는 간헐적 단식을 하듯 1년에 한 번 꼴로 내게 연락을 하기 때문이다. 걸걸한 목소리에 대장부 스타일의 그녀는 나의 초등학교 동창이다. 여자이지만 같이 있다 보면 그런 생각조차 잊어버리게 만들 정도로 축구를 좋아하는 ‘축덕’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와 축구를 보러간 건 손에 꼽을 정도다. 왜냐면 축구를 보고 난 후 일 년 동안은 연락이 되지 않으니까. 아무래도 땜빵용으로 나를 찾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싫어. 나 요즘 아파.”
“일어나. 가자. 수원역 앞에서 5시에 만나. 뚝!”
“야야야!”

하지만 신호는 이미 끊긴 뒤였다. 어쨌든 잠자던 축덕의 코털을 건드린 A양 덕분에 나는 두 달간의 ‘금축’이라는 테이프를 끊었다.

“야, 여기야.”

수원역을 빠져나오자 익숙한 목소리가 내 귀를 파고들었다. 세차게 손을 흔드는 그녀는 일 년 전과 별로 다름이 없었다. 다소 짧아진 머리에 다소 패인 주름에 다소 늘어난 주근깨를 제외하고는.

“야, 우리 셔틀버스 탈거야.”
“응? 야, 그건 좀 그래. 그건 아니지.”

수원월드컵경기장까지 팬들을 위해 셔틀버스를 운영하는데 그게 공짜라고 인유의 팬인 내게 그걸 타고 가자는 거다.

“싫어. 그건 예의가 아닌 듯?”
“그럼 택시타자. 돈은 너가 내고.”

나는 그래서 순순히 그녀의 말을 듣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육교 건너편 에뛰드하우스 앞에 정류장이 있다는데 도통 찾을 수가 없다는 거다. 덕분에 우리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더위에 육교를 세 번이나 오가야 했다. 있어야 할 ‘에뛰드하우스’는 없고 대신에 A양에 눈에 들어온 가게 하나.

‘알라딘 중고서점;'

“야, 저기 들어가보자.”
“야, 미쳤어? 까닥하면 늦어. 아직 정류장도 못 찾았구만."

하지만 말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는 이미 지하로 사라져버렸다. 가보니 그녀가 찾는 건 책이 아니었다. 텀블러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거 이쁜데 너무 작아.”
“그럼, 사지마.”
“근데 만 원도 안하잖아.”
“그럼, 사.”

내가 퉁명스럽게 대답을 하자 그녀는 바로 옆에 꽂혀있던 책 한권을 뽑아 보여준다.

“왜?”

user image

‘ 김남일 장편소설’
“아이구, 축덕 아니랄까봐.”

그런 A양에게 나는 김미화가 썼다는 책 제목을 보여줬다.

 user image

‘웃기고 자빠졌네.’

그렇게 그녀의 쇼핑은 끝이 났다. 그런데 알라딘 중고서점을 빠져나오자마자 바로 옆에 에뛰드하우스가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파란 레플리카를 입은 사람들. 수원 팬인 그녀 때문에 타게 되었지만 사실 수원팬 이라면서 빨간 바지를 입고 있는 그녀 때문에 내가 더 눈치가 보이기는 했다.

그렇게 버스는 돌고 돌아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서둘러 S석 입장권을 사려는 나의 팔뚝을 그녀는 잡고 뭔가를 가리켰다.

‘레이디 무료입장. 3B 게이트. 파란색 응원물품 지참.’

“이게 뭐?”
“이거 공짜잖아.”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실 그녀. 하지만 수원 팬이 아닌 내가 그 자리에 앉는다는 건 가시방석 위에 덥석 올라앉는 것과 다름없었다.

“싫어. 차라리 따로 봐.”
“주먹이 운다. 울어.”

차돌맹이보다 더 단단해 보이는 A양의 왼주먹. 그녀가 복싱을 꽤 오랫동안 배우고 있다는 걸 잠시 까먹고 있었다.

“근데 너 레이디가 아니잖아?”

그렇게 나는 빛의 속도로 3B게이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콧김을 내뿜는 그녀를 뒤로 한 채.

‘그래. 승리가 중요한 게 아니야. 지지 않는다는 게 중요하지. 인생은 마라톤과 같아서 골인지점에 들어오면 되는 거지.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야. 승리와 실패가 나뉘어져 있는 게 아니라구.’

나는 위궤양이 도지게 하지 않으려 에세이집에서 본 구절을 주억거렸다. 하지만 빨간바지를 입은 수원 팬과 파란 응원도구를 지참한 수원 팬들과 나는 박자를 맞추지 못 하고 이성을 잃어갔다. 그들과 나는 엇박자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 팀은 전반에만 세 골을 먹었지만 나는 세 번째 골을 먹고 난 뒤 권정혁 골키퍼가 수비수의 등을 두드려주는 모습을 떠올리며 축구는 역시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user image 

결국 후반에 두 점을 만회하며 ‘무’라도 캐는 듯 보였지만 아쉽게도 휘슬은 우리가 골인지점에 다다르기 전에 울려버렸다. 정말 오늘은 남자답게 갚아주려고 했다는데.

‘하지만 승패가 중요한 건 아니야.'

인생에는 승리와 패배가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을 다시 되뇌는데 가슴 언저리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나는 결국 인천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위궤양 약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담에는 제발 남자답게 화끈하게 갚아줘라.


*본 내용은 팬의 가상일기로 사실과 전혀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글, 사진= 최하나 UTD기자 (spring860@naver.com)

댓글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다음 UTD기자단 뉴스

[U-18] 인천 대건고, 금강대기 첫 경기서 용운고에 0-1 석패

UTD기자 이상민 2014-07-21 2877

IUFC MATCH

NEXT HOME MATCH

인천

V

02월 28일 (토) 14:00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서울

NEXT MATCH

인천

V

02월 28일(토) 14:00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서울

LAST MATCH

인천

0:1

11월 23일(일) 14:00

충북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