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를 알기에 포기할 수 없다!"
Blue Man Focus - ‘신형엔진’ 이준영
(새로운 비상. 부산과의 올시즌 개막전 첫골을 기록한 직후.)
은빛 트로피의 환희를 뒤로하고 새롭게 시작한 2006 K리그.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으로 지켜본 첫 게임에서 인천 지지자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첫 상대인 부산을 상대로 시즌 첫 골을 화려하게 쏘아 올린 [이준영]. 인천 푸른전사의 새로운 기대주인 그가, 바로 오늘 Blue Man Focus의 주인공이다.
시즌 첫 골의 주인공 이준영.
“운동장에서 땀 흘리는 그 순간, 전 행복합니다.”
Q. 개막전 첫 골과 더불어 경기를 거듭할 수록 컨디션이 좋아지는듯한 인상입니다. 올 시즌 특별히 컨디션 조절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것이 있나요?
A. “그저 운동장에서 땀 흘릴 수 있다는 것이 좋을 뿐이에요. 따로 컨디션 조절을 한다기 보다 운동장에서 흘리는 땀만큼 컨디션도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동계 훈련 시작 전의 휴가기간에도 자유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개인 훈련에 주력했거든요. 웨이트와 유산소 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서 몸을 만드는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Q. 지난 시즌과는 달리 금년에는 팀플레이에서 상당한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동계 훈련의 성과라고 생각됩니다. 시즌 준비기간 동안 주안점을 둔 훈련 내용은 무엇이었나요?
A. “동계 훈련 당시에는 스케줄 자체가 하루라도 게을리하면 개개인에게 상당한 마이너스로 작용할 만큼 스케줄이 벅찼어요. 때문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아도 훈련 내용을 따라가기 위해 참고 뛰어야 하는 상황도 있었죠. 저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근성이 없다고 하셨는데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힘든 조건 속에서도 참고 견디는 인내를 배운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Q. 그라운드에서의 활발한 움직임과 공간 활용 능력을 놓고 이준영 선수를 "인천의 박지성"으로 부르며 기대감을 나타내는 팬들이 많은데요. 이런 찬사에 대해서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A. “그런 찬사는 굉장히 부담스러운데요. 박지성 선수의 활발한 움직임이 저와의 공통점이라면 공통점 일까요. 사실 그라운드에서 많이 뛰고 움직이는건 제 버릇이에요. 스스로도 ‘쓸데없이 많이 움직인다’라는 생각이들 정도로요.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쓰러질 만큼 땀을 쏟고 힘들어도 그 순간이 굉장히 행복해요. 그저 경기에 참여해서 죽을 만큼 열심히 뛸 수 있다는 자체가 제 인생의 즐거움입니다.”
Q. 이준영 선수에 대해 장점도 많은 반면 상대 수비와의 몸싸움에서 다소 밀린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요?
A. “정말 그런 지적을 굉장히 많이 받아요. 지난 소속팀에서도 체격 조건에 비해 몸싸움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거든요. 사실 건드리면 넘어지는거, 어릴 때부터 운동하며 길들여진 습관인 것 같아요. 아마 지금도 저희 팀에서 제가 제일 많이 넘어지는 것 같아요.
물론 이런 단점을 스스로 극복하려고 웨이트트레이닝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체력적인 열세 때문이라는 생각에 올해는 장뇌삼까지… 보약도 많이 먹었어요.
친구들에게 [나는 축구선수]라고 소개할 수 없는 스스로가 미웠다… “성공과 좌절, 실패. 모든걸 알기에 포기란 없습니다.”
Q. 언제 처음 축구를 시작하셨나요? 또 이준영선수의 축구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인물이 궁금해요.
A. “처음 제대로 공을 찬 건 초등학교 4학년때에요. 벌써 14년이나 됐네요.
제가 축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고 존경하는 분은 경희대 감독이셨던 박창선 선생님이세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제게 유일하게 길을 열어주신 분이죠.
그 당시 함께 축구하던 친구들은 프로팀이든 대학팀이든 진로가 정해진 상태였는데 저를 포함한 두어명 정도만 진로 결정이 안 된 상태였어요. 그때 제 손을 잡아주신게 박창선 선생님입니다. 특히 선생님과 진로를 상의하는 동안 모교에서 어느 지방대학으로 절 보내려던 모종의 거래도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다신 선수로 뛰지 못하게 하겠다는 압력도 들어왔어요. 오죽하면 오밤중에 숙소에서 절 쫓아내더라구요. 그때가 제 축구인생의 첫 번째 고비였던 것 같아요. 그래도 결국 박창선 선생님을 따라 여기까지 왔습니다. 선생님께 연락도 자주 드리고 찾아뵈어야하는데... 지금 미국에 계셔서 연락을 못 드리고 있어 죄송스럽네요.
Q. 2003년 안양LG시절 정조국과 함께 신인왕 후보로 거론될 만큼 유망주였는데. 지난 2년여가 이준영 선수의 축구 인생에 있어 가장 힘겨운 시절이 아닐까 합니다.
A. “그 질문 왜 안할까 했어요.(웃음) 비교되는 (정)조국이와 함께 저 역시 2년차 징크스를 굉장히 호되게 겪었죠.
대학시절 아주 짧은 기간을 빼고는 쭉 공격수로만 활동하다가 2004시즌에 FC서울에서 사이드 미드필더로 보직변경을 했어요. 그때 코치님이 제 스피드와 파워를 좋게 보셔서 전 아무것도 모르고 1년간 수비수로 활동했죠. 그런데 솔직히 당시 그 포지션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를 따라다니며 플레이 하는 것에 전혀 익숙하지 않았는데 갑작스런 보직변경은 무리였던거죠. 누구나 하기 싫은일을 억지로 하면 능률이 절대 안오르잖아요. 그때부터 페이스가 떨어지고 슬럼프가 시작된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정말 축구를 그만두고 싶다고 느낀 순간도 있었을 것 같아요.
A. “제가 올해로 프로4년차인데 선수로 뛰면서 성공과 실패. 좌절. 다해봤어요. 하물며 포기도 했었으니까요. 원치 않는 잦은 이적에 출장기회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작년에 인천에 와서는 ‘축구가 싫다’는 생각까지 들었거든요.
한번은 친구들을 만났는데 제가 [축구선수]라는 말을 못하겠는거에요. 경기를 못 뛰니까. 거기다 한 친구는 “야, 내가 인천에서 어떤 선수 이름을 봤는데 ‘이준영’이더라. 너 그 선수 알아?”라고 까지 했어요. 내색은 못해도 엄청난 상처였죠.
지난 몇 년 동안 매년 그런 아픔을 겪었어요. 하지만 이걸 계단삼아 차곡차곡 밟아 나가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또 이 모든 쓴맛을 다 봤기 때문에 두 번의 포기는 하지 않을거에요.
‘포기’의 절망을 알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거죠.
Q. 그 힘든 시기에 이준영 선수를 일으켜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A. “스무살부터 사귀어서 올해로 5년차가된 제 여자친구가 가장 큰 힘이 되어줬죠. 그 친구도 지금 축구선수(충남일화 소속)로 활동하고 있거든요. 제 경기에 대해서 가장 따끔하게 충고해 주는 사람도 여자친구에요. 겨울에는 운동도 함께 할 만큼 서로 너무나 잘 아니까요.
힘들 때 그 친구가 다른 말없이 ‘운동장에서, 그리고 감독님 앞에서 갖고 있는 모든걸 보여주라’고 하더군요. 그 말이 포기했던 절 일으켜 세워줬어요. 지금은 그저 축구가 좋고 축구가 하고 싶다는 열정만 있을 뿐입니다.
Q.너무 힘들었던 이야기만 했던 것 같네요. 그렇다면 ‘이 맛에 축구를 한다’라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당연히 골을 넣었을때죠. 가장 기억에 남는 골은 프로에 데뷔해 전북전에서 터트린 첫 골입니다. 그때 전북 키퍼가 (김)이섭이 형이었는데 인천에 와서야 그걸 알았어요. 그래서 그 당시 얘기를 하면서 형에게 조금 미안했어요. 물론 그 당시는 최고로 기분 좋았구요.”
Q. 작년 성남과의 경기에서 골을 기록한 후 성남 서포터즈 쪽에서 세레머니를 해 팬들 사이에서 굉장히 의견이 분분했는데요. 당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A. “특별한 이유랄 것 까지는 없고, 골을 성공시킨 후 우리 쪽으로 달려가기에 거리가 너무 멀었거든요.(웃음)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에게 ‘이준영은 여전히 살아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가장 힘든 시기에 터트린 가장 귀중한 골이었으니까요.”
이준영 in 인천.
“이런 감독님. 또 이런 동료들… 인천은 최고의 팀입니다.”
Q. 팀의 토종 에이스로서 용병 라돈치치나 국내파인 방승환, 김한원 등과의 경쟁 구도에도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이준영 선수가 내세울 수 있는 자신만의 경쟁력은 무엇이라 보는지요.
A. “경기 전에 제 장점인 스피드를 살리라는 말씀을 감독님께서 자주 주문해 주십니다. 국내 수비수들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느리니 뒷공간을 잘 찾아 움직이라는 말씀이죠. 하지만 이건 모든 선수들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조언이고 전 스스로 제 장점이라는 걸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 경기장에서 감독님과 팬들에게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이 장점이 되는 것이지 제가 내세운다고 해서 장점이라 할 수 없는거니까요. 경기장에서 실력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Q. 이번 시즌 라돈치치와 함께 선발 출장하고 있는데 지지자들의 눈에서 볼 때 라돈치치의 경기 스타일은 다소 독단적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런 라돈치치와의 팀웍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것이 있는지. 또 동구권인 라돈치치와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이 궁금해요.
A. “라돈과는 한마디로 미운정이 많이 들었어요. 숙소나 밖에서는 굉장히 잘 지내다가도 경기장에 나가기만하면 싸우거든요. 그래서 주장인 중용이 형에게 혼나기도 많이 혼났죠. 아무래도 돌파위주의 저와 타겟형 스트라이커인 라돈은 플레이 스타일부터가 다르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경기 중에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으로 플레이를 맞추려고 합니다. 라돈이 한국어를 굉장히 잘하거든요. 식사 주문도 한국어로 다 할 정도로 수준급이라 의사소통에 어려움은 없습니다. 오히려 능숙한 육두문자에 혀를 내두를 정도에요. 그런 의미에서 라돈은 정말 사회성이 능한 것 같아요. 불같이 화를 내다가도 금새 다정다감해지고. 팀웍은 그러면서 생기는 것 같습니다.”
Q. 그럼 상대적으로 고운정(?)이 든 인천 동료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A. “또래로는 (안)성훈이랑 (장)경진이. 이렇게 셋이 항상 붙어 다녀요. 특히 성훈이와는 중학교부터 알던 사이거든요. 휴식시간에도 거의 셋이서 같이 밥 먹고 게임방도 가고. 남들 노는 것처럼 저희도 여가시간을 보냅니다.
선배님들 중에선 이상헌 선배. 저를 참 많이 괴롭혀요(?). 약올리고 투닥거리고. 꼭 아이처럼 말이죠. 버스에서도 꼭 옆에 앉아서 가스를 내뿜는데… 너무 힘들어요. 이거 꼭 써주셔야 합니다.(웃음) 또 지금은 팀을 떠났지만 이정수 선배가 굉장히 많이 다독여주고 챙겨줬어요. 그저 새 팀에서 잘 적응해줬으면 좋겠어요.”
Q. 팀의 주축 용병 셀미르가 재합류 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팀의 주축 멤버로서 셀미르 선수에게 이준영 선수가 갖고 싶은 장점은 어떤게 있을까요?
A. “한마디로 말해 셀미르는 정말 좋은 선수라고 생각해요. 인천에서 없어서는 안될 선발멤버이고. 사실 셀미르의 공백이 정말 크게 느껴졌거든요. 굉장히 성실하고 볼 다루는 능력이나 경기중의 넓은 시야도 상당히 부러운 친구죠. 다시 돌아온다고 하니 긴장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팀의 전력에 굉장한 도움이 될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인천의 현재 전력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많습니다. 팀의 신진 에이스로서 인천에 가장 필요한 능력은 무엇이라 보나요?
A. “지금 가장 절실한건 좋은 인재라고 봐요. (김)한원이 형을 비롯해 뛰어난 신인선수들도 많이 들어왔지만 특히 공격적인 측면에서 재원이 부족한건 사실이거든요. 공격의 마무리를 지어줄 좋은 스트라이커가 필요할 듯 합니다. 현재 라돈치치도 잘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적인 한방이 터지지 않아 모두가 기다리는 상황이니까요.”
Q. 이번 홈경기 상대는 제주인데요. 공격수로서 제주의 수비력과 전체적인 전력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A. “먼저 제주 선수들은 굉장히 열심히 뛰어요. 물론 실력이 좋은거야 물론이죠.
하지만 선수들이 코칭스태프에 의해 다소 강압적으로 움직여 지는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선수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려 시너지 효과를 내는 우리 인천과는 대조적인 면이죠. 장외룡 감독님께서 선수들의 부담감을 최대한 덜어주시거든요. 경기에서 이기면 모든 영광을 선수들에게 돌리고 만약 졌을땐 감독님이 모든 책임을 안고 가시는... 그런 면에서 진정한 덕장이세요.”
Q. 이준영 선수에게 있어 ‘인천 유나이티드’란 어떤 팀인가요?
A. “제 인생 최고의 팀입니다. 물론 여러가지 처우가 다른 구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건 사실이에요. 일례로 전용 훈련장이 없어서 시즌 중에도 전지훈련을 다녀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모든 것을 선수들에게 맡기고 책임감 있는 플레이를 지도해주시는 감독님과 ‘나’보다 ‘서로’를 먼저 생각하는 동료들이 있어요. 이런 감독님과 이런 동료들을 다신 못 만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인천은 정말 최고의 팀이죠.
전 인천에 몸담고 나서부터 별명까지 바뀔 정도거든요. 예전엔 제 말투와 과격한 플레이 때문인지 지인들이 ‘양아치’라고 불렀어요. 사실 경기 중에도 누가 심한 몸싸움을 하면 바로 보복(?)에 나설 정도로 다혈질이었거든요. 그런데 인천에 오고 나서 많이 유해졌어요. 항상 페어플레이를 강조하시는 감독님 덕분이죠. 처음엔 잘 이해가 안됐는데 지난 시즌 준우승까지 하고 보니까 감독님 방식이 옳았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순둥이’라고 불러주세요.”

(No.9 이준영.)
축구를 업으로 하며 어린 나이에 환희와 좌절을 모두 맛본 ‘신형 엔진 이준영’.
수줍은 표정으로 그가 풀어놓은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벤치에 앉아있는 순간에도 등 뒤에서 울리는 지지자들의 함성에 힘을 얻었다는 그가 올 시즌 새로운 도약을 각오하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흘리는 땀방울만큼 기쁨이 늘어난다는 그 남자의 소박하지만 진실한 열정 속에, 인유 지지자들의 기대를 더해 그 땀방울의 결실이 화려하게 열매 맺길 기도해본다.
글/사진=UTD기자 이수영 (sanja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