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잡는 해병대 출신의 내셔널리그 득점왕. 올 시즌 새롭게 ‘인유맨’으로 출사표를 던진 김한원의 이력은 독특하고도 화려하다. 전기리그 두 골을 기록하며 인천의 새로운 해결사로 기대를 모은 한편, 불의의 부상을 딛고 석 달여 만에 팬들 앞에 돌아온 킬러 김한원. 통한의 한 골차 패배를 안았던 지난 수원과의 일전에서부터 단비 같은 승리를 맛 본 전북원정까지, 호기를 잡은 맹수처럼 비상하는 그와의 만남을 기록한다.
“프로새내기. 하나하나 몸으로 배우는 혹독한 적응기입니다.”
Q. 5월 10일 성남과의 전기리그 마지막 게임에서 당한 발목부상으로 한동안 보기가 힘들었다. 지난 8월 30일 수원전 선발출장을 시작으로 꾸준히 인천의 주요 공격재원으로 기용될 듯 한데 부상 경과는 어떤가.
A. 성남과의 마지막 경기는 선수들 모두 치열하게 뛴 경기였어요. 선제골도 넣었고 정말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았는데… 안타깝죠. 그때 발목을 접질리면서 인대 부상을 당했는데 골절상보다 회복이 더디더군요. 실제로 게임에 투입되기까지 석 달이나 걸렸으니까요. 현재로서는 8-90%정도 컨디션이 회복된 것 같아요. 하지만 경기장 안에서는 제가 가진 100%를 다 쏟아 붓기 위해 최선을 다 할 생각입니다.
Q.호화군단 수원과의 일전에서 가장 많이 움직이고 가장 많은 기회를 잡았던 인유맨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그날의 경기를 스스로 평가한다면?
A. 공격수는 골을 넣어야 하는 포지션이잖아요. 아무리 경기 내용이 좋았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못하면 결코 좋은 플레이를 했다고 할 수 없어요. 특히 기회가 왔을 때 확실히 득점으로 연결을 시켰어야 하는데 그날은 그러지 못했으니까요. 처음 한번은 그럴 수도 있지-라고 위안을 했는데 그런 찬스가 두 번, 세 번 무산되니까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한숨밖에 안 나오는 경기였어요.
Q.골 결정력 부족은 인천의 고질적인 지병인데. 이를 해결할 대책으로 특별한 훈련 등 담금질을 따로 하고 있는가
A. 일단 경기장 안에서 자기 포지션에 맞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듯 합니다. 수비수는 실점을 막기 위한 훈련을 하고 공격수는 골을 넣는 연습을 하죠. 특히 최근에는 골문 앞에서 결정력을 키우기 위한 슈팅 연습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팀의 조직력과 균형이죠.
Q. 프로입문 첫 골을 기록한 울산전(4/22)이나 역시 골을 기록한 성남전(5/10)등에서 두드러지듯이 경기 내내 상당히 활동 폭이 상당히 넓은데.
A.일단 경기 당일 컨디션에 상당히 많이 영향을 받죠. 몸이 좋은 날은 그렇게 휘젓고 다녀도 숨 하나 차지 않거든요. 거기에 따라서 경기 내용에도 차이가 생기죠. 또 이건 스스로 안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하는데 상대팀 수비수들과 부딪치는걸 좀 꺼려요. 만약 제가 최전방에서 공이 투입되길 기다리고 있다면 분명히 상대 수비진의 집중 마크를 당하겠죠. 하지만 그 전에 제가 스스로 움직여서 도망치듯 수비수를 끌고 다니면 불필요한 몸싸움도 줄이고 미드필드에서 좀 더 쉽게 공이 올라올 수 있도록 경로를 터줄 수 도 있죠. 그게 확실히 효율적이더군요. 감독님께서도 전방에서 수비수 뒷공간으로 빠져들어가는 플레이를 많이 주문하시니까요.
Q. 이번 시즌 들어 인천의 경기 내용을 보면 공격수간의 협력 플레이에 상당히 많은 약점을 노출했다. 선수 개개인의 개성이 그만큼 뚜렷하기 때문일텐데. 김한원 선수 스스로의 플레이 스타일을 정의한다면.
A. 사실 동계훈련 당시부터 부상 선수도 많았고 용병 선수들은 합류도 좀 늦었거든요. 또 중간에 선수 이동도 잦았고. 아직까지 조직력은 미완성 단계이지만 확실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후기리그를 치를수록 더 탄탄한 전력이 될거라 믿습니다. 사실 인천의 공격수들은 모두 다 좋은 자질을 갖고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글쎄요. 전 잘 모르겠는데 주위분들 하시는 말씀이 발이 빠르다고 하시더군요. 한참 군대 있을 때는 100m기록이 10.9초까지 나왔었거든요. 빠르게 상대 진영으로 뚫고 들어가는거. 그게 전부인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Q.장외룡 감독은 김한원 선수를 두고 계속해 프로 적응기에 있으며 충분한 가능성을 지닌 공격재원으로 평했다. 아직까지는 인천에 녹아들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듯 한데 팀플레이에 적응하는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지.
A.아직 멀었죠. 제가 어떤 환경에 적응하는게 조금 늦은편이거든요. 감독님께서 전술적으로 지시하시는 사항들을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몸이 안따른달까. 아직까지 내셔널리그 시절 몸에 익은 습관을 떨쳐내는게 좀 힘들어요. 지난 소속팀에서는 저 혼자 최전방에서 좀 외로운 플레이를 했거든요. 반면에 인천은 전원공격 전원수비-의 원칙이 있더라구요. 수비로 전환하는 속도가 늦어서 감독님께 꾸중도 좀 들었어요. 근데 지난 수원전부터 경기에 나설수록 나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재활하는 동안에도 우리 팀 경기를 경기장에서 직접 지켜봤고 나름대로 분석도 할 수 있었으니까요.
경기에 나서지 않는다고 해서 완전히 제3자가 되는건 아니더군요. 인천이라는 한 팀이고 동료니까. 똑같이 긴장되고, 경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자책도 하고. 더 잘 할 수 있을거란 기대도 하고. 몸은 관중석에 있었지만 저 역시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Q.신입 용병인 바조를 비롯해 토종 골잡이인 방승환, 박재현, 이준영 등 팀내 경쟁 구도가 만만치 않다. 이들 중 본인이 닮고 싶고 탐나는 자질을 가진 선수는 누구이고 어떤 능력인지 궁금하다.
A. 아직까지 바조는 실제 경기에서 발을 맞춰본 적이 거의 없어요. 좋은 선수인 것 같지만 제가 뭐라고 평가할 때는 아닌 것 같고. 사실 누구 하나 빼놓지 않고 훌륭한 자질을 가진 선수들이에요. (이)준영이나 (박)재현이 형은 돌파능력이 뛰어나고 저보다 볼을 키핑하는 능력에서 한발 앞서있는 것 같아요. 또 (방)승환이는 골문 앞에서 굉장히 침착해요. 볼을 잡아놓고 다음 플레이로 연결하는 능력이 확실히 뛰어나죠. 모두 탐나는 인재들이에요.
Q.그렇다면 그들과 경쟁하는 자신이 가진 장점은 무엇이라 보는가.
A. 한번도 제가 그 친구들보다 더 뛰어나다-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이미 프로세계에서 몇 년 동안이나 경험을 쌓은 동료들에 비해 저는 올해 처음 프로에 발을 들인 새내기니까요. 아직까지는 그저 무던히 부딪치며 배우고 몸에 익히는 과정이죠.
“꼭 세 번의 기회를 준다는 프로무대
첫 번째 꿈은 이루었으니 또 다른 목표를 위해 앞만 보겠습니다.”
Q. 수원시청 시절 실업대회 우승과 리그 득점왕까지 차지하며 실력을 쌓아온 선수인데. K리그 팀인 인천으로 진로를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A. 축구를 시작하고 제 인생의 첫 번째 목표가 바로 프로무대에서 뛰는거였어요. 우선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겨루는 최고의 무대니까. 내셔널리그 소속 선수들은 아마 모두 꿈꾸고 있을거에요. 마침 지난 시즌 결과가 좋았고 안종복 단장님과 인연이 되어 선수 우선지명권을 얻은 인천에 몸담게 됐어요. 경기에 못나가도 은퇴하기 전에 K리그 팀에 입단이라도 한번 하는게 가장 큰 꿈이었는데 이제 이루어진거죠.
Q. 이번 시즌 입단해 벌써 리그 후반기로 접어들어가고 있다. 그간 경험한 내셔널리그와 K리그의 차이점이 있다면.
A. 매번 다른 곳에서도 이야기 했었는데 가장 큰 차이는 경기를 보러 오시는 관중의 수에요. 사실 이번 고양KB가 내셔널리그 소속으로 FA컵 4강에 오른 저력만 보더라도 선수들 개인간의 기량은 종이 한 장 차이거든요. 사실 프로팀과 실업팀의 명암은 경기장을 찾아주는 팬들의 수와 용병 기용에서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천에 몸담고 나서 열정적으로 응원해주는 팬들의 함성을 들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되요. 한참 숨이 차고 체력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관중석 어딘가에서 “누구 힘내라!”라는 응원이 들리면 그 순간 새로운 힘이 충전되는 기분이거든요. 예전에는 자주 느낄 수 없었던 희열이죠.
사실 이번 시즌 들어 인천의 관중수도 많이 줄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경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지 못한 저희 잘못이 크다고 생각해요. 경기장을 찾아주시는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매 경기 죽을힘을 다해야죠.
Q. 2007년도부터 내셔널리그 우승팀이 K리그로 승격되는 업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출신 선수로서 느끼는 바가 다를 듯 하다.
A. 물론이죠. 일단 어떤 팀이 올라온다 해도 사력을 다해 첫 시즌에 임할거에요. 내셔널리그가 단순히 K리그의 하위구조가 아니라는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그렇게 된다면 기존 프로팀들 사이에도 상당한 긴장감이 돌텐데 그럼 자연히 재미있는 경기가 나올테고. 개인적으로는 친정팀인 수원시청의 승격 소식을 기다리고 있어요.^^
Q. 이을용이나 김태영 선수도 실업무대에서 시작해 K리그, 국가대표까지 지낸 모범사례이다. 올 시즌 K리그로 입성한 김한원 선수 역시 남다른 포부가 있을 듯 한데.
A. 일단 K리그를 밟고 싶다는 첫 번째 꿈은 이루어졌고 다음은 하루라도 빨리 우리 팀의 일원으로 완벽하게 적응하는겁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줄곧 들었던 말인데 “프로에서는 딱 세 번의 기회를 준다.”라는 말씀을 당시 선생님들이 많이 하셨어요.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실수까지는 눈감아주지만 딱 세 번째 실수를 범하는 순간 프로의 자격은 날아가는 거라고. 그렇게 머리에 각인되니 매번 긴장을 하게 되더라구요. 만약 제가 경기장에서 실수를 하면 기회는 곧장 다른 동료에게 돌아가는 거니까 사실 굉장히 냉혹한거죠.
살아 남기 위해서 어떻게든 악착같이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그렇게 경기에 임할거고.
Q. 축구선수로서는 드물게 해병대에서 군생활을 했다고 들었다. 힘들었을 군생활이 김한원 선수의 축구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A. 해병대에 자원했을 무렵 축구선수로써 정말 최악의 위기였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과정에서 원치 않는 마찰도 상당히 있었고 무엇보다 스무 살까지 가까스로 쥐고 있던 축구에 대한 열정을 완전히 산산조각낸 사건이 있었거든요. 모교인 세경대를 졸업하고 모 대학 팀에 입학허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잘 안됐어요. 그때 완전히 낙심해서 자원입대를 결심했죠. 하지만 군생활을 하면서 제 인생에서 가장 값진 보물을 얻었어요. 해병대 훈련이라면 악명이 자자하잖아요. 어디를 가도 이것보다 더 힘든 곳은 없다. 이걸 견뎌낸 이상 섣부른 포기도 없다. 그런 믿음이 생겼거든요. 지금 프로팀에 있는 상무처럼 체계적이진 않지만 군생활 중에 축구도 계속 할 수 있었고.
Q. 누구보다 독특한 이력을 가진 [축구선수 김한원]에게 있어 가장 의미 있는 사건과 사람은?
A. 제 생명의 은인을 군대시절에 만났어요. 다 꺼져가던 축구선수라는 꿈에 다시 불을 붙여준 분들이죠. 친정팀인 수원시청의 김창겸 감독님과 김형진 주무님이 바로 그분들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인연이죠. 당시 수원시청 팀이 저희 부대 쪽으로 전지훈련을 온 적이 있어요. 그때 기회가 닿아서 저희와 연습게임을 했는데 그때 감독님이 절 눈여겨 보신거죠. 그렇게 인연이 닿아서 제대할 때까지 주무님과 함께 수원시청 팀원 버금가는 대접을 해주셨어요. 4박 5일 휴가를 나가면 2박 3일은 팀 숙소에서 지낼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제대후에 곧장 수원시청 유니폼을 입었죠. 그 두 분은 제가 죽을 때까지 평생 잊지 못할겁니다. 이 자리에 있는 저를 만들어주신 분들이니까요. 인천이라는 더 큰 무대에서 크게 성공하는 것이 유일하게 보답하는 길인 것 같아요.
“자만도, 좌절도 않는 인천.
단비 같은 승리로 자신감 충전완료! 홈경기 승리를 안겨드리겠습니다.”
Q. 지난 전북과의 원정경기 승리로 팀 분위기도 한층 올라왔을 것 같다. 현재의 팀 분위기와 서울과의 홈경기를 앞둔 선수단 사이의 각오는 어떤지.
A. 확실히 선수들 사이에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느껴져요. 이번 시즌 비기는 경기를 많이 하면서 알게 모르게 축 처져 있었거든요. 하지만 전북전 결과가 좋았으니까 서울과의 홈경기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는 파이팅이 보여요. 이제 승리를 맛 봤으니까 그 기세를 이어나가야죠.
Q. 시즌 14경기만에 승리를 달성하고 맞닥뜨린 팀이 역시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는 서울이다. 김한원 선수 스스로 서울과의 경기는 처음인데 특별히 준비한 공략법이 있다면.
A. 사실 서울전을 대비한 맞춤 훈련같은건 없었어요. 다만 전후반 90분 동안 제게 적어도 단 한번의 찬스는 반드시 올거라는건 압니다. 저는 공격수니까 제 발에 걸리는 그 찬스를 쥐고 골을 만들어내면 우리 팀이 승리하는 거잖아요. 지난 수원전의 아픔을 씻어낼 만큼 확실한 득점으로 답하겠습니다.
Q. 올 시즌 팀에 신인으로 입단했지만 연령대로는 중간세대에 속한다. 가장 마음이 잘 맞는 동료는 누구?
A. 딱히 누구랑 친하다-라고 잘라 말하기가 곤란한데. 다 좋은 동료들이에요. 특히 룸메이트인 (서)민국이와는 티격태격 하면서도 의외로 죽이 잘 맞고. 사실 그 친구가 빨래며 방 청소까지 담당하거든요. 물론 그 대가로 제가 간식거리를 챙겨주지만. 무척이나 깔끔한 성격이라 가끔 피곤하긴 해도 좋은 친구죠. (최)효진이와도 잘 통하고. 좀 전에 효진이한테 문자가 왔는데 오늘 인터뷰에서 자기랑 제일 친하고 착한 후배라고 말해달라네요.^^
Q. 프로 첫 시즌을 보내는 인천UTD는 어떤 팀?
A. 조직력이 생명인 팀.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그 때문에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이 더 큰 것 같아요. 한마디로 자만하지도, 좌절하지도 않는 팀이죠.
Q.이번 시즌 각오와 팬들에게 한마디!
A. 아직까지 프로무대가 어떤 것이다-라고 확실히 몸에 닿지는 않았어요. 팀에 합류하자마자 부상에 자주 시달리는 통에 기회가 많이 없었으니까. 이제 더 이상은 다치지 않고 팀의 즉시 전력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더 많은 인천 팬 여러분을 위해 확실한 결과로 말하는 공격수로 남고 싶어요.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글/사진=UTD기자 이수영(sanja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