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D기자단=인천] 2025년 11월 2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하나은행 K리그2 2025’ 39라운드, 인천유나이티드와 충북청주FC의 경기가 있는 날이자 동시에 인천이 K리그2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었다.
흐리고 쌀쌀한 날씨였지만, 이른 시간부터 경기장 광장에는 많은 팬이 모여들었다. 마치 이번 시즌 2라운드 수원삼성과의 경기 풍경을 떠올리게 했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그날의 흐린 날씨는 승격에 대한 불확실함과 큰 경기를 앞둔 긴장감을 키웠다면, 오늘 경기장을 감싼 구름은 인천의 황금빛 왕관과 은빛 트로피를 더욱 선명하게 비춰주는 배경이었다.
프로스포츠의 중심은 언제나 경기지만, 이날만큼은 90분 동안의 플레이가 메인이 아니었다. 경기장을 찾은 모든 관중의 목적은 오직 하나, 인천 구단 역사상 첫 우승 세리머니를 직접 목격하는 것이었다.
경기장 분위기는 평소와 확연히 달랐다. 금색 트로피 모양의 풍선이 곳곳을 장식했고, 구단이 우승을 기념해 출시한 재킷과 머플러가 경기장을 수놓았다. 여기에 원정팀 충북청주 선수단이 우승을 확정한 인천 선수들을 위해 준비한 ‘가드 오브 아너’까지 더해지며, 이날의 경기장을 한층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실제 경기에서는 인천이 충북청주에 0-1로 패했다. 경기 도중 ‘정신 차려 인천’ 콜이 나올 만큼 아쉬운 내용과 결과였다. 그러나 종료 휘슬이 울리자 경기장 온도는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 앞서 말했듯, 오늘의 메인은 90분의 경기가 아니라 그 뒤에 펼쳐질 순간이기 때문이었다.
경기 종료 후 시상식 준비가 이어지는 동안 S석 앞에서는 윤정환 감독의 재계약 발표회가 열렸다. 유정복 인천광역시장과 조건도 대표이사는 윤정환 감독에게 다음 시즌 동행을 제안했고, 윤정환 감독이 현장에서 준비된 계약서에 서명하며 재계약이 공식 확정됐다. 생존왕을 넘어 K리그1의 강팀으로 다시 도약하겠다는 그의 선언은, 지난해 강등으로 상처받은 인천 팬들에게 무엇보다 값진 선물이 됐다. 팬들은 지난 2년간 마음속에 묵혀두었던 ‘가자, 아시아로!’ 응원가를 힘차게 불렀다. 승격과 재계약으로 보답한 감독과 구단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내년 K리그1에서 마주할 11개 팀을 향한 파랑검정의 당당한 출사표였다.
윤정환 감독의 재계약 발표가 끝나고, 드디어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시상식이 시작됐다. 인천 창단 22년 역사상 처음 있는 장면이었다. 선수단과 스태프 전원이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고, 권오갑 총재로부터 K리그2 우승 트로피가 전달됐다. 트로피를 건네받은 주장 이명주는 선수단과 팬들의 기운을 모아 힘차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꽃가루가 화려하게 흩날렸고, K리그1로의 출항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 이번 시즌 승격을 위해 헌신한 인천 구성원들이 차례로 트로피를 높이 들어 올렸다. 김도혁, 이주용, 민성준 등 부주장단은 물론, 득점왕 무고사, 맏형 신진호와 코칭스태프까지 모두가 우승의 순간을 함께했다. 2024시즌 최종전 대구 원정에서 ‘1경기 1실점’이라는 상징적인 기록을 남긴 무고사를 중심으로 한 7명의 골키퍼진도 트로피를 힘차게 들어 올렸다.
시상식 후 선수단은 늘 그렇듯 E석을 거쳐 S석으로 향했다. 팬들과 선수단은 만세삼창과 ‘알레 인천’ 합창으로 우승을 자축했다. 오늘 경기 결과는 0-1 패배였지만, 이 세리머니는 단순히 한 경기, 90분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39경기, 3,510분, ‘2025 K리그2’라는 긴 여정을 승리로 마무리한 인천의 모든 날을 기념하는 퍼포먼스였다.
2024년 11월 24일, K리그1에서 움직이던 인천의 시계가 멈췄다. 그리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K리그2의 시간이 시작됐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무대에서 승격에 대한 기대보다 ‘오랫동안 올라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그러나 선수단은 팬들의 불안을 덜기 위해 1년 동안 최선을 다했고, 팬들은 아낌없는 응원으로 응답했다. 그렇게 선수와 팬이 하나가 된 인천은 단 1년 만에 K리그2 우승과 K리그1 승격이라는 결과를 이뤄냈다.
인천이 K리그2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 끝났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멈춰 있던 K리그1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년에 인천은 올해 겪었던 것보다 더 강한 상대들을 만나게 된다. 인천이 승격을 위해 싸우던 동안 라이벌들은 K리그와 아시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며 실력을 쌓아왔다. 하지만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생존하지 못했을 때의 대가’를 뼈저리게 느낀 생존왕은 더 강하고 단단해진 모습으로 그들을 마주할 것이다.
이제 다시 인천이 K리그1으로 출항할 시간이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
글 = 박범근 UTD기자(keu0617@naver.com)
사진 = 남궁경상 UTD기자 (boriwoll@hanmail.net)저작권자 - 인천UTD기자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